제조·판매사 옥시 등 상대 손배소 상고심..원고일부승소 판결 확정
대법, 제품 설계·표시상 결함으로 원고 폐 손상 인정..양측 상고 기각
폐질환 인과관계 ‘가능성 낮음’ 피해자 제조사로부터 배상 길 열려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의 민사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제조·판매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번 판결로 가습기살균제와 폐 질환 발병 사이 인과관계가 낮은 것으로 분류된 피해자들도 가해 기업들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김모씨가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김씨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옥시가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으며, 2010년부터 원인 불명 기침으로 병원 신세를 지다 2013년 대학병원에서 간질성 폐 질환 등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여부 관련,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받아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가 폐 세포를 손상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 정도를 1~4등급으로 구분해 지원을 시작했다.

정부 지원금은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와 2단계(가능성 높은) 피해자들에게 집중됐고, 가능성이 낮거나 거의 없음을 뜻하는 3·4단계의 경우 초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김씨는 “독성물질인 PHMG 성분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를 팔면서 ‘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사용했다”고 지적하며 2015년 2월 옥시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냈다. 

가습기살균제에 설계상 및 표시상 결함이 있고, 이로 인해 폐질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2심은 가습기살균제에 결함이 존재하고 피고의 신체에 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손해배상액은 김씨가 2018년부터 구제급여 지원 대상자로 인정돼 월 97만원을 받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여부에 관한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3단계 판정을 받은 원고의 폐 질환과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사용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와 사실심 법원이 산정한 위자료 액수의 부당 여부다. 

대법원은 옥시가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에 설계상 결함과 표시상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씨가 폐 손상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날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심 판단에 제조물책임에서의 인과관계 추정, 비특이성 질환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도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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