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갖춘 업체 내세워 테니스장 운영권 입찰 ‘꼼수’ 참여
직전가 대비 7배 높은 금액 지불, 경영진 ‘배임’ 의혹 지적
‘알짜매물’ 불구 ‘CEO리스크’로 매각 절차 차질 우려 목소리

공공뉴스=조성호 기자 저우궈단 동양생명보험 대표이사의 테니스 사랑이 ‘매각 리스크’로 번질 조짐이다.

테니스를 접목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며 테니스 대회도 개최하는 등 각별한 테니스 사랑을 보였지만 테니스장 꼼수 운영, 일부 소수 임원 혜택 등 각종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테니스장 운영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회삿돈을 불합리하게 운용해 회사에 피해를 입힌 사실이 적발되면서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저우궈단 대표의 ‘CEO 리스크’로 인해 동양생명의 매각 절차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우궈단 동양생명보험 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에서 열린 ‘2023 서울시 시니어 테니스 대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양생명>
저우궈단 동양생명보험 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중구 장충테니스장에서 열린 ‘2023 서울시 시니어 테니스 대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동양생명>

◆금감원, 임원 배임 혐의 수사기관 통보 고심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실시한 동양생명 사업비 운용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에서 저우궈단 대표 등 임원의 배임 혐의를 적발하고 수사기관 통보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서울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얻기 위해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A사를 앞세워 운영권을 취득해 사실상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없는 업체는 입찰이 불가하다는 서울시의 장충테니스장 운영자 선정 입찰공고에 따라 직접 입찰에 나설 수 없자 A사를 앞세우는 꼼수로 입찰에 나선 셈이다.

입찰공고에는 제3자에게 운영권 일부 또는 전부를 전대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A사에 광고계약 등을 명목으로 돈을 주고 실질적으로 테니스장을 운영해 온 것이 금감원 조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동양생명이 A사와 계약하면서 운영비용 대부분을 회삿돈으로 보전하는 등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고령층 대상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등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저우궈단 대표가 테니스장 운영권을 불법적으로 취득하고 이 과정에서 회사에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생명은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매입을 위해 총 26억6000만원을 지불하기로 A사와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를 기본 광고비 명목으로 3년에 걸쳐 전액 보전하기로 하고 이 중 1년차 분인 9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는 직전 운영권 낙찰가인 3억7000만원 보다 무려 7배 높은 금액이다. 특히 A사가 최초 제안한 금액인 3년간 21억원 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아울러 동양생명은 시설보수 공사비용을 추가 광고비 명목으로 9억원을, 테니스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관리비는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3차례에 걸쳐 1억6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동양생명이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얻기 위해 현재까지 실제 사용한 금액은 확인된 것만 18억6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비용 집행 과정에서 동양생명은 합리적인 검토 없이 비용을 전액 지급했다.

일반 임직원이 테니스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예약과 사후 비용을 정산해야 했지만, 일부 임원은 별도 이용 절차나 비용 없이 테니스장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동양생명 노조가 지난 13일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저우궈단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사무금융서비스노조>
동양생명 노조가 지난 13일 동양생명 본사 앞에서 저우궈단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사무금융서비스노조>

◆매각 앞두고 터진 리스크, 노조 사퇴 촉구

금감원의 수사기관 통보 여부에 따라 동양생명의 매각 작업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노조의 반발까지 거세지게 되면 선뜻 인수하겠다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중국의 다자생명보험이다. 다자생명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42.01%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중국 안방그룹홀딩스가 33.33%로 2대주주다.

다자생명보험보험의 최대주주는 다자보험그룹이다. 안방그룹홀딩스 또한 다자보험그룹 소속이다. 이에 다자보험그룹이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은 모두 75.34%에 달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다자보험그룹 민영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동양생명 매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다자보험그룹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ABL생명의 매각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다만 현재 ABL생명 매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부진한 실적과 함께 건전성 악화 등이 주 요인으로 꼽혔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잠재적 인수 기업들이 기존 매물로 나온 생명보험사 인수를 검토하다 포기한 상황에서 알짜 매물로 꼽히는 동양생명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테니스장 논란’ 등 CEO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저우궈단 대표 등 임원들이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될 경우 매각 작업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양생명 노조 측은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저우궈단 대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CEO 리스크가 매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동양생명 노조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 내역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업무상 배임 횡령죄로 처벌될 수 있다”라며 “특히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용한다는 것은 회사의 내부통제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충테니스장 관련) 이러한 행위는 보험업법을 위반한 행동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금융당국의 적발로 순식간에 동양생명은 비리의 온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노조 측은 또 “이는 저우궈단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무능과 불통의 경영방식이 만든 결과”라며 저우궈단 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 ABL생명 등의 매각이 사실상 불발되면서 생명보험업계 M&A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동양생명의 경우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다만 금융당국의 고발 여부와 더불어 노조의 사퇴 압박 등 계속되는 CEO 리스크는 인수 후보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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