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서 사내이사 선임안 가결..21일부터 3년간 임기
최대주주 국민연금·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등 찬성표 던져
‘임기만료’ 계열사 CEO 인사 주목, 비은행 사업 강화 숙제

공공뉴스=조성호 기자 KB금융그룹이 지난 9년간 성공적으로 그룹을 이끈 윤종규 회장 체제를 탈피하고 새롭게 ‘양종희 시대’를 맞는다.

KB금융은 1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양 차기 회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날 양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출석주식 수 대비 97.52%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해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사진제공=KB금융그룹>
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사진제공=KB금융그룹>

◆자산규모 700조 그룹 ‘진두지휘’

임시 주총전부터 이번 사내이사 안건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달 초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라스 루이스는 양 내정자 선임안건에 대해 찬성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한 데 이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또한 찬성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15일 제14차 위원회를 소집해 KB금융그룹 임시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날 사내이사 선임안이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양 내정자는 오는 21일부터 3년간 자산규모 700조원이 넘는 KB금융그룹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양 내정자는 인사말을 통해 “KB금융그룹은 국내 최고 리딩 그룹”이라며 “회장으로써 책임감이 막중하지만 주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KB금융 이사회와 윤종규 회장이 이끌어온 중장기 자본관리 정책과 주주환원정책에 적극 부응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1961년생인 양 차기 회장 내정자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에 입행해 영업점과 재무관련 부서 등에서만 20여년간 근무했다.

2008년 서초역지점장을 거쳐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사회 사무국장, 경영관리부장을 거친 뒤 2013년 전략기획부장에 올랐다.

전략기획부장 시절인 2014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그룹 내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양 내정자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윤종규 회장 당시인 이듬해 상무에서 곧장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할 정도로 내부에서 인정받았다.

이후 양 내정자는 2016년부터 5년간 KB손해보험 대표를 역임했으며 이후 KB손해보험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자리잡는 등 KB금융의 ‘알짜 계열사’로 거듭났다.

2021년 KB금융그룹 부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3년간 보험, 글로벌, 디지털·IT, 개인고객, 자산관리(WM)·연금, SME(중소상공인) 등 그룹 내 주요 사업부문을 두루 이끌면서 전반적인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윤종규 회장은 “양종희 내정자는 그룹 전략의 연속성과 끊임없는 목표 추구를 위한 비전과 능력을 갖춘 준비된 리더”라고 평가했다.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사옥. <사진제공=KB금융그룹>
서울 여의도 KB금융그룹 사옥. <사진제공=KB금융그룹>

◆연말 인사·비은행 사업 강화 등 과제 산적

양 내정자는 우선 취임과 함께 연말 인사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B손해보험 대표 시절 변화와 혁신에 중점을 둔 과감한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11개 계열사 중 KB라이프생명과 KB데이터시스템을 제외한 9개 계열사 모두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취임 첫 해인데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등으로 조직의 안정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 내정자는 이달 초 11개 계열사 경영진과 상견례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각 계열사 임원들이 양 내정자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경영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양 내정자는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와 관련해 “이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경쟁력을 도모하고 임직원의 헌신을 끌어내는 리더십 등을 고려해 발굴하겠다”며 “능력 위주의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KB금융의 글로벌 사업과 비은행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도 양 내정자의 과제로 꼽힌다.

우선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부고핀은행 경영정상화가 시급하다. 현재 KB금융은 부코핀 은행에 1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있다.

양 내정자는 이에 대해 차기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된 지난 9월 조속한 시일 내에 부코핀 은행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비은행 사업 강화를 통한 외연 확장도 양 내정자의 과제다.

KB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총영업이익은 12조6230억원이다. 이중 순이자이익은 8조8472억원으로 70%가 넘는다.

특히 8조원이 넘는 누적 순이자이익 중 은행 비중은 무려 83%(7조3320억원)에 달한다. KB금융그룹이 벌어들인 총영업이익의 대부분은 사실상 은행의 이자이익인 셈이다.

이에 KB금융그룹이 외연 확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정치권의 상생금융 압박도 양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고금리 기조 속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금융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오는 20일 금융당국과의 상생금융 관련 간담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양 내정자가 직접 참여해 KB금융의 상생금융 전략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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