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민간건설사 개방..“자체 혁신 없으면 민간 중심 공급구조 전환”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권 전문기관으로 이관..입찰 시 전관 원천 차단
지자체 감리지정 권한 확대·감독 강화, 불법 건설사 최대 5배 징벌적 손배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철근 누락’ 사태 등에 따른 부실시공 원천 차단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독점하는 공공주택 사업에 민간 경쟁체제가 도입된다.

또한 LH 현장에서 철근 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항목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일정기간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의 후속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의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12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 철근누락과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LH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을 제거하고 ▲건설산업 전반에 고착화된 카르텔을 혁파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을 담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7월3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검단신도시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지난 7월3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검단신도시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공주택 민간 경쟁체제 도입..LH 전관 영향력 입찰부터 원천차단

LH 혁신방안은 구체적으로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LH와 민간의 경쟁시스템으로 재편한다.

LH 단독시행 또는 LH와 민간건설사가 공동 시행하는 현행 시스템에 민간건설사가 단독시행할 수 있는 유형을 추가한다. LH 영향력을 배제하고, 건설사 자체 브랜드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공공 뿐 아니라 민간건설사도 공공주택을 직접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입주자 만족도 등 평가 결과를 비교해 더 잘 짓는 시행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향후 공급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사실상 독점 공급자였던 LH는 우수한 민간사업자와의 경쟁 속에서 품질 향상, 안전 확보 등에 대한 시장 요구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자체 혁신을 하지 않는 경우 민간 중심의 공급구조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민간 건설업계도 침체된 시장 여건 속에서 보다 안정적인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또한 LH 권한은 대폭 축소하고, 입찰 시 전관의 영향력은 원천차단한다는 방침이다. 

LH가 주택건설 과정에서 독점하는 이권의 핵심인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선정권한은 전문기관으로 이관해 이권 개입의 소지를 차단하고, 품질·가격 중심의 공정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 

설계 및 시공은 조달청에, 감리는 국토안전관리원(법률개정 전까지는 조달청)으로 권한이 넘어간다. 

아울러 2급 이상 고위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사업에 입찰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는 대폭 강화해 이권 카르텔 형성 기반을 근원적으로 해소한다.

퇴직자 재취업 심사는 2급 이상 퇴직자에서 3급 이상 퇴직자까지 확대하며, 대상업체는 200여개에서 4400여개로 대폭 늘린다. 

이와 함께 LH 공공주택에 대한 안전·품질 검증을 강화하고, 부실업체는 퇴출시키기로 했다. 

LH가 설계하는 모든 아파트는 착공 전 구조설계를 외부 전문가가 검증하고, 구조도면 등 안전과 직결되는 항목은 대국민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한다.

LH 현장에서 철근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일정기간 LH 사업에 대해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20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20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LH 용역 전관 카르텔 관련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자체 감리 지정 확대..안전·품질 중심 건설산업 시스템 개편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으로는 우선 감리가 독립된 위치에서 제대로 감독할 수 있도록 감리제도를 재설계한다.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건축주 대신 허가권자(지자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현행 주택에서 다중이용 건축물로 확대한다. 선정방식도 단순 명부방식에서 적격심사를 통한 객관적 방식으로 개선한다.

실력과 전문성이 우수한 감리를 ‘국가인증 감리자’로 선정해 고층·대형 공사 등 책임감리로 우대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보유하고 감리 업무만 전담하는 전문법인을 도입하는 등 감리의 전문성도 강화한다.

명확한 설계 책임 부여와 검증 체계 강화를 통해 부실설계를 방지한다.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되,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고 있는 구조도면은 구조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작성하도록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화한다.

공공공사에 적용 중인 건설사의 설계검토 의무를 민간공사까지 확대하고, 시공 중 기초와 주요부 등 설계 변경시 구조전문가 검토를 거치도록 해 설계와 시공 간 상호검증 체계도 강화한다.

부실시공 원천 차단을 위해 건설현장에 대한 감독체계도 강화한다.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공정은 공공(국토안전원 등)이 현장을 점검한 후 후속공정을 진행하도록 현장 점검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또한 불량골재 유통 차단을 위해 채취원부터 현장 납품까지 골재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공종별 팀장은 특·고급 기능인 등 숙련 기능인을 배치할 계획이다. 

안전과 품질을 중심으로 건설산업 시스템을 개편한다. 적정 공기 내에서 제값 받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적정 공기 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주택 사업에는 적정 감리비가 지원되도록 대가 기준도 현실화한다. 

사업 인허가시 건축위원회(지자체)가 공기와 대가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과도한 공기단축과 공사비 삭감을 방지한다. 

불법의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큰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안전과 품질 실적에 따라 건설공사 보증료율을 차등화하고,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 중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조속히 개정안을 발의하고, 하위법령 또는 LH 내규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이번 혁신방안을 충실히 이행해 국민신뢰를 회복하는 LH가 되기를 바란다”며 “건설안전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LH 전관과 건설 카르텔을 반드시 혁파해 카르텔의 부당이득을 국민께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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