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이어리:성찰·신년목표 작성→더 나은 삶 밑거름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연말이 되면 항상 구입하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종이 다이어리입니다. 서점을 방문해 예쁜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새해 목표를 적는 습관이 있거든요. 올해 아쉬웠던 점과 함께 새해에는 이렇게 살겠다는 다짐을 써내려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이달 초에는 남편과 함께 대형서점에서 다이어리 쇼핑을 했어요. 남편은 MBTI(성격유형검사) 계획형(J) 성격이어서 꼼꼼하게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는데요. 매년 1월1일에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다이어리에 적은 뒤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매달 계획을 점검한 뒤, 이를 지키지 못한 이유도 성찰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고요. 내년 1월1일에는 카페에서 남편과 함께 이렇게 한 해 계획을 세울 예정이랍니다. (여·27·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사진=픽사베이>

한 해가 저물어감에 따라 대형서점, 문구점에서는 2024년 다이어리를 구입하기 위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스케줄 관리 애플리케이션의 종류도 다양화되고 있지만 종이 다이어리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는 것.

이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서 유행하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갓생(God生) 살기’ 열풍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여러 기업들도 연말 다이어리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록 서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 다이어리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성찰을 돕는다’는 점이 꼽힌다. 생각을 글로 기록하는 행위는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며, 이를 통해 삶의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는 까닭이다. 

# MZ 세대 다이어리 구입, 왜?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젊은 층의 다꾸 트렌드 등으로 인해 아날로그 다이어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에서 지난해 12월 한 달 간 스터디플래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었고 신년 다이어리 판매량도 18% 증가했다. 

아날로그 다이어리 선호 추세는 올해에도 변함없는 분위기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가 올해 9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문구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또한 일상 기록 및 정리를 위한 ‘다이어리⋅캘린더’ 거래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늘었다. 

MZ세대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갓생 살기 열풍’ 역시 종이 다이어리 판매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갓생이란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人生)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삶을 의미한다. 유명인과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하루 일과를 공유하며 시작된 트렌드로, 청년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바쁘게 사는 일과를 SNS상에 게재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유튜브에는 ‘다이어리로 갓생사는 방법’ 등의 제목을 달고 다이어리 활용법을 공유하는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조회수 30만회를 돌파한 ‘파워J의 효율적인 다이어리 작성법’ 영상에서 유튜버 더지희는 다이어리 작성 이유와 관련해 “우리는 언젠가 죽기 마련이고, 유한한 인생을 살기 때문에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가 우리 인생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이어리를 쓰는 것이 인생을 덜 후회하고 더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직접 쓰면서 눈에 보이는 게 있기 때문”이라며 “다이어리를 쓰는 과정은 내 삶의 방향을 잡아준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아날로그 다이어리를 선호하는 이유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의 새 도시 브랜드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의 색상과 픽토그램이 반영된 서울플래너2024.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의 새 도시 브랜드 ‘SEOUL, MY SOUL(서울, 마이 소울)’의 색상과 픽토그램이 반영된 서울플래너2024. <사진제공=서울시>

# 여전히 뜨거운 다이어리의 인기

이처럼 아날로그 다이어리에 대한 수요가 건재함에 따라 기업들의 연말 다이어리 마케팅도 이어지고 있다.  

글래드 호텔은 내년 2월29일까지 신년을 맞아 ‘글래드 뉴이어 패키지’를 선보였다. 

패키지 구매자에게는 객실 1박과 함께 ‘2024 대림미술관&디뮤지엄 다이어리’ 1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아이템인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파우치가 제공된다. 

연말 프로모션의 대표주자인 스타벅스 역시 ‘겨울 e-프리퀀시 이벤트’를 통해 ‘2024년 플래너’를 증정하며, 이디야커피도 ‘2024 이디야 다이어리 세트’ 증정에 나섰다.

커피 프랜차이즈 다이어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러나 다이어리 굿즈 자체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편의점 CU는 지난달 인기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인 ‘망그러진 곰’과 함께 딸기 샌드위치와 2024년 플래너를 묶은 기획 세트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애플리케이션 포켓CU에서 매일 자정 100개씩 한정 수량으로 판매됐으며, 매번 10초 만에 완판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시가 이달 8일 정오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한 서울시의 신년 다이어리 ‘서울플래너 2024’는 하루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신년 다이어리에는 서울시의 새 도시 브랜드인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의 색상과 픽토그램(그림 문자)이 디자인에 적용돼 MZ세대의 시선을 모았다.

해당 다이어리는 서울디자인재단 ‘온라인 DDP 디자인 스토어’에서 1만3000원에 판매됐으며,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1차 물량 500권이 전부 판매됐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반응에 힘입어 추가 제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내 대형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2024년도 다이어리 제품들. <사진=공공뉴스DB>
서울시내 대형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2024년도 다이어리 제품들. <사진=공공뉴스DB>

# 기록, 나 자신과의 대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진, 영상 등으로 삶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기록하고 이를 SNS 등에 공유하려 한다. 

이 같은 기록 행위를 통해 우리는 추억을 선명하게 되새길 수 있고, 당시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SNS에 남기는 기록과 달리, 아날로그 다이어리에 써내는 기록은 보다 더 개인적이고 은밀한 특징을 지닌다. 

우리는 타인에게 터놓기 어려운 고민, 후회와 반성, 향후 다짐 등을 다이어리에 적어낸다. 이 과정을 통해 깊은 성찰이 이뤄지고 삶에 대한 방향성이 다시 세워진다.

사진과 영상이 주를 이루는 SNS 기록과 달리 글로 남기는 기록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한다. 실체가 없는 생각이 글이라는 형태를 갖추며 자신의 속마음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글로 기록하는 행위는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내면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써내려감으로써 우리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를 통해 타인이 주입한 욕망이 아니라 스스로가 진정으로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을 좇아 살게 된다. 무엇이 나에게 진짜 소중한 지 알게 된다면 삶에서 낭비하는 시간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새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연말은 올 한 해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동시에 더 나은 자신을 꿈꾸는 시기이기도 하다. 

보다 의미 있는 2024년을 위해 종이 다이어리를 도구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빈 종이에 2023년에 대한 회고와 새해 계획을 써 내려감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삶에 더욱 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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