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알토스벤처스, 1305억원 유상증자 참여
부진 속 자동차보험 ‘효자’..상품 강화, 해외 진출 모색
기반 다진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흑자전환 기대감↑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캐롯손해보험이 올해 비상의 날갯짓을 시작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들어 수익성 적자가 개선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 받고 실탄을 확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성장세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 캐롯손보의 흑자전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캐롯손보는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지난 2019년 출범했다. 그동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지속적인 투자로 데이터 역량을 앞세운 디지털 손보사의 기반을 다진 만큼, 향후 포트폴리오 확장 등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견고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사진=공공뉴스DB>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사진=공공뉴스DB>

◆적자 속 존재감 키운 ‘퍼마일자동차보험’..흑자전환 시동

캐롯손보는 2019년 5월 한화손보,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같은 대형 투자사들이 합작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그러나 출범 이후 계속되는 적자행진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출범 첫 해인 2019년 91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어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2023년 3분기 기준 순손실은 317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536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이런 가운데 캐롯손보는 지난해 12월26일 대주주인 한화손보와 미국의 한국계 벤처캐피탈(VC)인 알토스벤처스를 대상으로 130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를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손보가 1200억원, 알토스벤처스가 105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지분율은 종전 56.31%에서 60.15%로 올라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

캐롯손보의 모회사 한화손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51.36%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배를 받는다. 캐롯손보와 한화손보를 포함해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그룹 금융 계열사 지배 구조의 정점은 한화생명이다.

매년 적자를 이어가며 녹록지 않은 사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번 자금 수혈은 향후 잠재력이 큰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가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게 일각의 해석이다.

출범 후 보험산업에 첨단 IT기술을 접목시킨 대표적인 국내 인슈어테크(InsurTech)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보험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캐롯손보의 적자 폭 개선 배경으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이 꼽힌다. 캐롯손보는 자동차보험에 쏠려 있는 한정된 상품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락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캐롯손보의 대표 상품은 주행데이터로 탄 만큼만(특약) 보험료를 납부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이다. 2020년 2월 선보인 이 상품은 합리적인 보험료로 고객을 끌어 모았고, 3년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누적 가입 150만건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가입률은 지난해 8월과 10월 업계 최고 수준인 91.3%에 달했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인 원수보험료 규모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원수보험료는 176.1% 성장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외 원수보험료도 1년 전보다 33.6%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대형 손보사들이 85%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영향력도 확대하는 추세다.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2022년 말 1.3%에서 2023년 6월 상반기 기준 1.6%로 0.3%포인트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손보사들의 잇단 등장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자동차보험에 치우친 점을 성장 한계로 지적한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매년 갱신되는 까닭에 다양한 마케팅 등을 활용할 경우 점유율 성장이 가능한 분야로, 캐롯손보는 자동차보험 중심 성장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캐롯손보는 마케팅 측면에서 힘을 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종합 광고 대행사 이노션월드와이드에서 약 16년간 근무하며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한컴그룹 브랜드홍보총괄 상무 등을 역임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 배주영 전 이노션 넥스트캠페인팀 및 글로벌미디어팀 팀장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지난해 5월 영입한 점이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후 8월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새로운 광고 모델로 배우 고윤정을 발탁하고 신규 광고를 TV와 유튜브, 디지털 채널 등을 통해 방영 중이다.

더욱이 기존 보험사들과 차별화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데도 주력하는 모습. 디지털 보험사의 강점인 데이터 기반 상품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애플 본사에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개발 업무를 수행한 이진호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한 바 있다. 

<사진제공=캐롯손해보험>

◆‘디지털·글로벌’ 양날개 단 오너 3세, 성장 이끈다

한편, 캐롯손보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상품 강화와 해외 시장 진출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의 데이터 기반 경영 노하우와 캐롯 기술력의 원동력인 IoT(Internet of Things) 및 텔레매틱스(Telematics) 역량을 적극 활용해 신규 수익과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캐롯손보는 가입자 휴대전화 등에 IoT·텔레매틱스 장치를 설치해 가입자의 생활습관을 분석한 뒤 개인별 최적화된 보험상품이나 보험료를 제시하는 서비스를 통해 자동차보험의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있다. 

현재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퍼마일자동차보험과 유사한 신규 디지털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은 캐롯손보 최대주주 한화손보가 이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디지털 사업을 준비하는 곳이다. 한화손보와 캐롯손보가 공동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며 시너지를 창출 할 수 있는 기회다. 

여기에 디지털 신사업에 공을 들여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결단과 뚝심까지 더해져 캐롯손보의 향후 행보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 사장은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경영을 맡고 있는 오너 3세로, 오랫동안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지냈으며 캐롯손보 설립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김 사장은 한화손보와 캐롯손보 등을 지배하는 한화생명 지분 0.03%와 한화생명 대주주인 한화 지분 2.14%를 보유 중으로, 캐롯손보 경영에도 많은 관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기 실적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보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반을 다지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   

김 사장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설된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고 있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김 사장이 CGO에 오른 이후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

김 사장은 디지털 혁신에 글로벌 역량까지 앞세운 리더십으로 성장통을 딛고 캐롯손보의 흑자전환도 문제없이 이끌 것이란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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