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예우 문화:시민의 일상 속 배려→軍 전체 사기 진작

공공뉴스=김수연 기자지난해 첫째 아들이 군 입대를 했습니다. 제 눈에는 아직 어린아이 같은데, 벌써 국가의 부름을 받을 나이가 됐더군요.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참 싱숭생숭했습니다. 논산 훈련소에 입소할 땐 가족들이 다 같이 배웅을 갔는데, 내내 해맑던 막내 딸은 결국 오빠를 부둥켜 안고 ‘가지 말라’며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첫 아이를 훈련소에 보낸 후 가족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는 비중이 높아졌어요.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 군 관련 기사도 한 번씩 꼭 클릭해보게 되고요. 일면식 없는 시민이 휴가 나온 군 장병에게 ‘나라 지키느라 수고한다’며 식사를 대접했다는 기사를 보면 마치 제 아들이 대접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 작은 온정이 국군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여·49·경상북도 경산시)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한국 사회에서는 외출을 나온 군인들의 식사비나 커피값을 생면부지의 시민이 대신 결제해 주는 사례가 미담으로 소개되곤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이 ‘훈훈한 사연’으로 보도되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일화가 주목받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군인에 대한 일상적 예우가 드물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과거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군인이라는 이유로 바가지를 씌우는 등 이들을 홀대하는 사례가 꾸준히 문제로 지목받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발돋움했지만, 군인을 예우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 군인 식사비 몰래 낸 시민 ‘감동 사연’

15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는 철원 GOP에서 근무하는 육군 제5군단 현역 장병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는 “휴가일인 9일, 집으로 출발하기 전 늦은 아침을 먹으려 서울 강남구 언주역 근처 한 칼국숫집에 방문했다”며 “한창 먹고 있던 찰나, 갑자기 가게 아주머니께서 달려오시며 ‘저분이 계산하고 가셨다’고 말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 제 앞 테이블에 있었던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가게를 나서고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뛰쳐나갔고, 그분과 눈이 마주치자 제게 눈웃음을 지으며 묵묵히 걸어가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당시에는 빨리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에 목례로만 제 마음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저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부연했다.

A씨는 또 이 같은 일로 인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은 국방의 의무를 이어나갈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국내외로 크고 작은 분쟁이 잦아지고, 최근 있었던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며 “그 분위기는 현행 경계작전부대에 있는 저 역시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지만, 오늘 일로 인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방의 의무를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군인을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며 “전역하는 그날까지 오늘을 꼭 기억하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평화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이 처럼 생면부지의 시민이 국군 장병들을 위해 식사·커피값을 대신 결제하는 미담은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경기 이천시의 한 중식당에서 휴가 등을 나온 군 장병들에게 탕수육, 꿔바로우를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목을 끌었다. 

또한 같은 해 11월에는 여주휴게소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군 장병들에게 커피 30잔을 대접한 중년 남성의 사연이 전해지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갈무리>

# 눈살 찌푸리게 하는 ‘군인 홀대’ 일화

군인에 대한 예우를 갖춰 감동을 선사하는 사례와 대조되는 일화도 많다. 군인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운 식당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한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군 장병에게만 3000원의 추가 요금을 받아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군인 가격은 따로 받는다는 식당’이란 제목의 글로 한 고깃집의 메뉴판 사진이 게재됐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해당 식당은 일반 성인에게는 1만6900원을 받지만 군 장병은 성인보다 3000원이 추가된 1만9900원을 받는다고 기재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음식점 리뷰에 별점 테러를 가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연천의 한 택시 기사가 군인에게 바가지 요금을 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례도 있다. 

연천 일대 부대 군인인 B씨는 지하철 연착으로 인해 부대 복귀시간 10분을 앞두고 연천역에 도착해 택시를 탑승한 일화를 ‘육대전’에 제보했다.

B씨는 “택시를 탔는데 타 중대 아저씨 2명이 택시를 못 잡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타자고 했다”며 “부대로 가는 중 택시 기사님이 ‘몇 시까지 복귀냐’고 물어서 말씀을 드리니, ‘그럼 시간 맞춰서 못 가면 안되겠네’라고 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러더니 (택시 기사가) ‘두 팀이 탔으니 요금을 더 내라’면서 1만8000원을 요구했다”며 “호출 당시 제 택시 어플에 뜨는 예상요금은 1만800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복귀 시간은 맞춰야 해서 ‘알겠다’고 했다”며 “저희는 누구를 위해 청춘을 바치는 건가. 씁쓸한 하루였다”고 토로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군인들에게 특혜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바가지나 씌우지 말라” “장병들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러 온 것이지 봉노릇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일상 속 존중, 軍 전체 사기 높일 수 있다

국내의 이 같은 일부 사례들은 군인에 대한 일상적 예우가 뿌리내린 군사 강국들의 풍경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경우 공항에서 군인을 우선 탑승토록 하는 사례가 흔하다. 미국의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재향군인, 현직 군인, 예비군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항공권 구매 시 5% 할인 혜택을 상시적으로 제공한다. 알래스카 항공 역시 재향군인들에게 비행기표 할인, 우선 탑승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경기에 참전 용사들을 초대해 관중에게 소개하고, 관중 및 선수들이 이들을 박수로 격려하는 장면도 심심치않게 목격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버스 노약자석 양보 1순위가 상이군인이다. 임산부와 75세 이상의 노인은 이보다 후순위다. 

각 나라의 특수성은 고려해야겠지만, 군사 강국에서는 이 처럼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예우하는 문화가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 군인과 상이군인, 국가 유공자 등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군인을 ‘군바리’라는 멸칭으로 부르며 홀대하는 이들이 일부 존재했다. 대한민국이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며 갖게 된 군인에 대한 반감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군인 예우 문제를 특정 이념 집단만의 전유물로 여기는 풍조도 관련 논의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은 이념과 상관 없이 존중받아 마땅하다. 일면식 없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인 까닭이다.

다수의 군인들은 오늘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다잡으며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시민의 배려는 작지만 강력한 힘이 된다. 

국민 한 사람의 선의가 국군 전체의 사기를 높일 수 있고, 일부의 홀대가 군 전체를 좌절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공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