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동계올림픽:성장의 기쁨→메달보다 값진 경험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 저는 어릴 때부터 스키타는 걸 좋아했습니다. 겨울만 되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스키장에 가서 영업이 종료 될 때까지 스키를 탔던 추억이 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겨울 스포츠의 즐거움을 꺾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저에게 올해 열린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는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경기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또 앳된 얼굴의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다는 생각과 함께 부럽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이들이잖아요. 실패해도 괜찮은,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요. 저도 무엇이든 꿈꿀 수 있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충만했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남·35·서울 광진구)

지난 20일 강원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주재희 선수가 태극기를 두르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일 강원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주재희 선수가 태극기를 두르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다채로운 청소년 문화 교류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이번 대회에서 세계 79개국에서 온 청소년들은 우정을 나누고 성장의 기쁨을 맛봤다.

특히 이번 대회는 지난해 새만금에서 개최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이후 처음 열리는 국제 대회이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와 조직위원회, 개최지인 강원특별자치도는 원활하고 안전한 대회 개최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만큼 이번 대회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세계 각국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각 종목별 유망주들도 값진 성과를 거두는 등 대회는 ‘순항’ 중이다.

# 소년·소녀들 꿈의 무대 

29일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는 개막 11일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는 강원도 강릉, 평창, 정선, 횡성 지역에서 내달 1일 까지 총 14일 동안 열릴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는 79개국에서 온 만 13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 1803명(남자 920명, 여자 883명)이 출전해 7개 경기, 15개 종목, 81개 세부종목에서 81개의 금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슬로건은 ‘Grow Together, Shine Forever(함께할 때 빛나는 우리)’다. ‘여러가지 생각, 힘 따위가 하나로 크게 모이다’라는 뜻인 뭉치다에서 뿌리를 따온 ‘뭉초’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이번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마스코트가 됐다.

지난 19일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다채로운 문화공연이 펼쳐졌다. 교실이 꿈을 펼치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열정의 시작’ 공연과 광활한 우주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표현한 ‘슈퍼 노바’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성화 봉송 및 점화식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 리스트 윤성빈 선수를 시작으로 전국 장애인 동계체육대회 금메달 리스트 박하은·박가은 선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 리스트 박승희 전 선수가 참여했다. 마지막 성화 주자로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유망주 이정민 선수가 나섰다.

강원도에서는 2018년 한 차례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바 있다. 이번 동계청소년올림픽은 당시 평창 올림픽에서 사용된 시설들을 재활용해 비용을 절감했음은 물론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대회로 이목을 끌었다. 

또한 청소년 선수들에게 몇 년 전 올림피언들이 경기를 치렀던 곳과 같은 경기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왼쪽부터) 2024년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주재희, 소재환, 정희단, 신선웅 선수.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2024년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주재희, 소재환, 정희단, 신선웅 선수. <사진=뉴시스>

# 땀흘린 이들의 빛나는 성과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번째 메달을 선물한 선수는 쇼트트랙 주재희 선수다. 주재희 선수는 20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1초906의 우수한 기록으로 중국의 장신 저(2분22초095)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께 출전한 김유성 선수는 2분22초148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메달 소식이 들렸다. 22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정희단 선수가 39초64로 2위에 올라 은메달을 차지했다. 

정희단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청소년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한 첫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그동안 금메달과 동메달은 있었지만 은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는 신선웅 선수가 37초13으로 결승점을 통과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번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역사를 쓴 선수도 있다. 23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 남자 모노봅(1인승)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소재환 선수다. 소재환 선수의 기록은 1, 2차 시기 합계 1분48초63이었다. 

소재환 선수의 금메달은 한국 썰매 종목(볼슬레이, 스켈레톤, 루지)의 오랜 숙원을 풀어줬다. 그가 딴 메달은 한국 선수단이 획득한 두 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한국 선수단의 세 번째 금메달 소식도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한국 스노보드 간판 이채운 선수가 자신의 첫 종목인 슬로프스타일에서 우승한 것.

이채운 선수는 25일 강원도 횡성의 웰리힐리파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승에서 9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9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참가 선수들이 밴드 이날치의 축하무대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9일 오후 강원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참가 선수들이 밴드 이날치의 축하무대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 결과보다 도전·과정이 중요한 대회

이번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을 위해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 개최지인 강원도는 힘을 합쳐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특히 정부와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를 교훈 삼아 안전한 개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강원 정선군은 폭설과 한파 등 기상변수로 인해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힘을 쏟았다. 강릉 일부에는 이달 18일 밤부터 19일까지 폭설로 인해 눈이 44cm 쌓이기도 했다.

이에 강원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경기에 차질이 없도록 대대적인 제설 작업을 벌였다.

기상 악화로 경기 일정이 변동되거나 취소되기도 했다.  21일 강원 2024 페스티벌 사이트 ‘플레이 윈터존’을 운영하는 올댓스포츠는 공지를 통해 “강릉하키센터 앞 외부 아이스링크에서 진행 예정이던 쇼트트랙 이준서 선수의 아이스 원 포인트 레슨이 기상 및 현장 상황으로 취소됐다”고 전했다. 

정선군은 대회 참가자 및 관계자,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상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폭설·한파 등 기상 예보에 따라 단계별 비상 대응을 실시했다. 이어 군도와 농어촌도로, 시가지 및 마을도로 등 668개의 노선 1048km에 대해 즉각적인 제설 작업을 진행하며 철저한 도로관리에 나섰다. 

기상 악화와 경기 일정 변경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청소년 선수단은 자신들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도 승리보다 값진 ‘경험’이란 자산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은 공식 집계되지 않는다. 청소년올림픽은 결과보다 도전과 과정을 중시하는 까닭. 

청소년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다. 이 시기의 경험과 기억은 이들의 향후 삶에 큰 원동력이 될 터.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 없이 경기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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