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전협 회장 사직 표명..3월20일 병원 사직, 회장직 사임
“행복 되찾고자 응급실 떠난다..동료들 부디 집단행동 않길”
대전성모병원 인턴 사표 제출 등 젊은 의사들 줄사직 움직임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의료계의 반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이 수련을 포기하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앞서 대전성모병원 인턴이 공개 사직을 선언한 후 전공의 단체 회장까지 병원을 떠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젊은 의사들의 개별 사직 행렬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단 대전협 회장은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월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잃어버린 안녕과 행복을 되찾고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9조에 의거한 전공의수련규칙표준안 제43조와 민법 660조를 준수하며 수련 계약서에 따라 인수인계 등에 차질이 없도록 2월20일부터 3월20일까지 30일간 병원에서 성실히 근무한 후 세브란스병원을 떠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현재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그간 생사의 경계에 놓인 환자를 살려 기쁨과 안도를 느낀 적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면서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고 적었다. 

또한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 바, 이후에는 대전협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3월20일까지만 회장 업무를 수행하게 됨을 공지드린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임기를 충실히 마치지 못해 동료 선생님들께 송구하단 말씀 전한다.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 의사를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 회장은 동료들에게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전공의 개별 사직서 제출 관련, 개별적인 형태의 사직이라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행동으로 간주하겠다는 정부의 경고를 고려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편, 대전협은 지난 12일 온라인 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결과 즉각적인 집단행동은 유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만 결정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일단 ‘신중 모드’를 취하고 있다는 풀이를 내놨다. 그러나 이달 말 개별적으로 병원과의 수련계약서 갱신을 거부하거나, 사직 의사를 밝힐 가능성은 남은 상태다.

이런 상황 속 대전성모병원 인턴으로 근무 중이라고 밝힌 홍재우씨가 13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자, 전공의 개별 사직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씨는 서울성모병원에서 정형외과 레지던트로 일할 예정이었으나, 1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홍씨는 “제가 지금 촬영하는 영상은 대전협 공식 입장이 아닌 한 전공의 개인의 입장임을 밝힌다”면서 “개인적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의업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특히 “이 영상을 보고 내가 집단행동을 선동한다고 생각한다면 면허를 가져가도 좋다”며 의사면허 번호도 공개했다. 

다만, 병원 측이 일신상의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 홍씨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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