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졸전 클린스만, 취임 11개월 만에 경질
전술역량 부족, 안일한 태도..선수간 내분 결정타
고개숙인 정몽규 회장..동반책임론·사퇴엔 선긋기
감독 교체 외 전격적 쇄신 통해 사태 재발 막아야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한국 축구의 흑역사로 남을 클린스만호(號)가 결국 침몰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취임 11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지속적으로 제기된 전술 부재, 근무 태도 문제와 함께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발생한 선수들의 내분 사태가 결정타로 작용해 전격 경질된 것.

이번 사태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특히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의 불화설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왼쪽부터) 16일 전격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16일 전격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뉴시스>

◆ 대한축구협회, 클린스만 전격 경질

16일 대한축구협회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및 주요 임원진이 참석하는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회의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말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한국 축구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직접 입장 발표에 나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많은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오늘 오전 협회 집행부 임원진들과 대표팀 감독에 대한 평가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며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간 전술 역량 부족, 잦은 해외 체류를 비롯한 안일한 태도로 인해 지속적으로 비판 받아왔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최근 카타르에서 개최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준결승 탈락한 이후 그의 경질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졌다.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 경기에서 ‘유효슈팅 제로’라는 졸전 끝에 한국 대표팀이 패배하자 그에 대한 실망감은 커졌고, 클린스만 감독이 귀국 이틀 만에 거주지인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도 공분을 키웠다.

이와 동시에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에 대한 책임론 역시 불거졌다. 

지난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 <사진=뉴시스>
지난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 <사진=뉴시스>

◆ 韓 선수단 내분, 감독 경질 결정타

이후 요르단전 직전 선수들 간에 내분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촉발한 결정타로 작용했다.

지난 14일 영국 매체 ‘더 선’은 아시안컵 요르단전 전날 한국 축구 대표팀 간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의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동료들과 언쟁을 벌이다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전했다. 식사를 일찍 마친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기 위해 자리를 뜨자 저녁식사 자리를 팀 단합의 시간으로 여겨온 손흥민이 쓴소리를 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이후 대한축구협회 측은 언론을 통해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설을 인정했다. 축구협회는 “이강인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하고 싶다고 하자 손흥민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강인은 자신의 SNS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사과문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으로 게재된 까닭에 현재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그의 인스타그램에 항의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이강인 측 법률대리인은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강인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언론 보도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손흥민 선수가 이강인 선수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강인 선수가 탁구를 칠 당시에는 고참급 선수들도 함께 있었고, 탁구는 그날 이전에도 항상 쳐오던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강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해당 기업들의 SNS에는 “모델 바꾸지 않으면 불매하겠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불매 운동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대한축구협회 임원회의를 마친 후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대한축구협회도 전격 쇄신 나서야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15일) 열린 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전술 부재’ 지적엔 동의하지 않고 이 같은 선수단의 불화가 준결승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이 같은 발언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그가 선수단 관리에 실패하는 등 감독으로서의 리더십 부족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전격 경질됐지만,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많은 위약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29억원 수준이며, 잔여 임기는 2년 6개월이다. 여기에 코칭스태프 몫을 포함할 경우 100억원에 가까운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약금과 관련된 질문에 “감독과의 계약 해지 관련해서 변호사와 상의는 계속 해야 한다”며 “금전적인 부분의 문제는 제가 재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동반 책임론과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에둘러 거절 의사를 표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일부 축구 팬들의 주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여러 오해가 있다”며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됐다. 우선순위 1, 2번을 면접한 뒤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2018년에 3선까지만 할 수 있도록 제안한 것이 저였다”며 “그러나 승인이 되지 않았다.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신의 4선 도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클린스만호의 항해가 1년 만에 좌초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곧 신임 감독 선임에 나설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감독 교체 외에 대한축구협회 역시 전격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축구협회는 성난 축구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이번과 같은 ‘흑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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