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일제가 세운 뒤 경기도에 운영권 이관
‘부랑아 갱생’ 명분으로 아동·청소년 강제 연행
원생들, 노역 동원되고 폭행 등 인권 침해 당해
진화위 “도시빈민에 대한 우생학적 논리 적용”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경기도가 ‘도유재산 관리’를 위해 선감학원을 운영하면서 대규모 아동 인권유린을 방조했다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실화해위는 27일 경기도에 선감학원의 운영 책임을 물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행정안전부와 함께 신속한 유해 발굴과 진상규명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수용자였던 박모씨 등 63명 외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지난 2022년 10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천종수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지난 2022년 10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천종수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선감학원은 1942년 조선총독부가 ‘태평양전쟁 전사’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세운 일종의 감화 시설이다. 

1982년까지 운영되며 부랑아 갱생을 명분으로 경찰 등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연행한 후, 경기도가 운영하는 선감도의 선감학원에 수용했다. 1946년 2월 경기도가 선감학원 운영, 관리권을 이관받고 36년간 운영하다가 1982년 9월 폐원했다.

원생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되거나 폭행·고문 등 인권 침해를 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 결정서에서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결론내렸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선감학원은 명목상 부랑아 보호와 직업 훈련을 위해 설립됐지만 실제로는 안산에 딸린 섬인 선감도 도유지 등 도유재산 관리를 위해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에 감금된 피해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질병, 부상 등으로 연이어 사망하자 관리자들이 이들을 암매장해 학원 운영의 책임을 은폐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가 확보한 1981년 경기도청 이재과의 ‘선감학원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는 ‘현재 선감학원이 선감도 도유재산을 관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선감학원 운영 당시 재직했던 경기도지사에게 선감학원 운영에 대한 서면 질의서를 보냈으나, 19개 질의 모두에 대해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운영과정에서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벌어졌다”며 “선감학원 외에도 형제복지원, 삼청교육대, 서산개척단 등 집단수용시설이 보호가 아닌 도시빈민에 대한 사회적 격리의 목적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경기도는 표면적으로는 복지정책을 펼쳤지만, 그 내면에는 도시빈민에 대한 우생학적 논리를 적용해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헌법으로 정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마저 말소했다”고 비판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또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2022년 10월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첫 번째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김영배 선감학원피해자대책협의회 회장 등 167명을 피해자로 인정한 바 있다.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의 조사는 이번 진실규명 결정을 끝으로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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