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범죄: 솜방망이 처벌이 악마 키우는 현실..무관용적 태도로 더이상 피해 없어야

[공공뉴스=김승남 기자]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5년 간 5100건으로 하루 평균 3건 꼴로 발생한 셈이다.

한국은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을 강간·성폭행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강간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 혐의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 성범죄 평균 형량은 고작 5년2개월. 사실상 무기징역 조항은 유명무실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

해외의 경우 아동성범죄는 무기징역은 물론, 사형까지 처해지는 강력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가볍기 그지없다. 말 그대로 솜방망이 처벌이다.

범죄의 피해자가 된 아이와 부모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피해 아동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자라나는 새싹을 무참히 짓밟는, ‘악마’에 대한 국민들의 처벌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2010년 경북 청송교도소 보안과에서 나영이 사건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CCTV 화면으로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끔찍한 아동 성범죄, 형량은 고작 12년

이른바 ‘나영이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가명)가 고3이 돼 의대 진학을 꿈꾸고 있고, 올해 수능도 치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아이의 미래를 무참히 짓밟은 ‘나영이 사건’을 기억하기 싫은 국민들도 대다수일 것. 하지만 그 잔혹성만큼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사건 중 하나다.

사건의 피해자로 힘든 나날을 보냈을 나영이가 이제는 의대에 진학해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고 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많이 아팠을 나영이를 위로하면서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5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당시 8세 초등학생 여아를 등굣길에 납치,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가 무자비하게 생폭행해 장기가 파손되는 등 큰 상해를 입혔다.

이 남성은 강간 및 폭력 전과 등 17범으로 7년4개월을 복역한 바 있는 조두순. 조두순은 성범죄 건수만 5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두순은 범행 57시간만에 체포됐다. 그러나 나영이는 인공항문을 만들어 배변 주머니를 달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끔찍한 통첩을 받게 됐다. 무고한 어린 소녀가 하루 아침에 인생에서의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 사건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소원’이 바로 그것. 영화를 통해 아동 성범죄가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해 전 국민에게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정작 조두순은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두순이 전과 14범이었던 점을 고려해 가중처벌을 더해 무기징역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은 무기징역에 해당하나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으므로 형량을 줄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조두순의 무기징역이 당연할 것으로 생각했던 국민들은 당시 재판부의 결정에 큰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2017년 현재 조두순 출소까지 3년을 남겨두고 있다.

#“조두순 출소 막아라” 국민 청원 목소리

“3년 후 조두순이 석방해 내 아이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출소를 앞둔 조두순에 대한 대다수 부모들의 마음이다.

조두순은 그동안 결코 자신의 범행에 반성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이 같은 모습에 아이를 둔 부모들은 더욱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형량만 채우고 나면 사회로 돌아와 언제든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두순의 형량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관심은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조두순 출소 반대’와 관련된 내용의 청원은 지난 9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올라온 후 27일 오전 9시 기준, 57만명이 동의했다.

현재 청와대에서 가장 많은 동의인을 얻은 청원은 단연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다. 하지만 지난 9월6일 청원이 처음 올라온 후 한 달 안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지 못해 청와대의 답변은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꼭 (30일 이내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답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그 정도로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청원하면 답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정부도 조두순의 출소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확정됐을 경우, 동일 사건에 대해 재차 공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두순이 ‘나영이 사건’으로 형을 받은 판결은 그것으로 종결 되므로 같은 사건을 가지고 또 다시 재판을 할 수 는 없다.

또한 국민들의 바람처럼 재심을 통해 조두순에게 무기징역형을 내리기도 힘든 상황. 재심이란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해 판결의 부당함을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다. 즉,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로 바꾸거나 형량을 낮추는 등 유리한 판결을 원할 때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만기 출소하는 조두순과는 관계가 없다.

결론적으로 현행법상 조두순의 출소를 미루거나 형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목소리다.

재판부의 단 한번의 판결이 결국 피해 아동과 가족들을 또 다시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에 짓밟히는 아이들 더 이상 없길

그럼에도 국민들은 조두순 출소 반대 목소리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범죄의 중대함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은 범죄자들에게 또 다시 재범의 기회를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12년 868명에서 2016년 1211명으로 40%가량 높아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피의자 구속 건수는 2012년 261명에서 2016년 131명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파렴치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를 이들은 떵떵거리면서 거리를 활보하고, 피해를 당한 아이들만 아파해야 하는 나라. 안타깝지만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외국의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사형, 화학적 거세, 무기징역 등으로 한국보다 최소 4배 가량 높다.

한국 역시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절대적 무관용적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고 착한 아이들이 더 이상은 어른들에 의해 으스러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법원의 처벌은 그동안 솜방망이에 불과했다”며 “외국의 경우 의도적으로 마약 등을 복용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면 가중 처벌 대상이 되는데, 조두순의 징역 12년형은 지나치게 가벼운 형벌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은 조두순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내 옆에 있을지 모르는 조두순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특히 사건이 발생하고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아동과 부모는 계속해서 고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성범죄자는 몇 년 간 전자발찌를 착용하지만, 최근 전자발찌를 차고도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든다”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해 정부에서는 확실한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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