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박광온·문재인 전 대통령, 철거 철회 촉구
“역사 왜곡하고 국군 정체성 훼손하는 처사”
이종섭 국방장관, 잠수함 개명 가능성 시사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전력으로 인해 불거진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흉상 철거 논란이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삶을 바친 홍범도 장군이 조국에서 모독당하고 있다는 개탄이 나왔다.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흉상 철거가 역사를 왜곡하는 처사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실을 향해 직접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SS-079)의 개명 가능성을 시사해 논란은 확전되는 양상이다.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항일독립전쟁 5영웅 흉상철거 백지화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항일독립전쟁 5영웅 흉상철거 백지화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野박광온, 흉상 이전 철회 촉구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장에서 진행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까지 위협하는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국정 운영에 나섰다”며 “독립과 민주의 두 기둥은 아예 뽑아버리고, 호국의 기둥 하나만 남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세기에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공산 체제라는 허깨비를 내세워서 반공에만 의지하려는 허약한 것”이라며 “심대한 역사의 퇴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나서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즉각 철회하고,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에 대한 국민의 입장을 일본 정부와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밝힐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삶을 바친 홍범도 장군이 조국에서 모독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서 최고위원은 “남북이 분단되기도 전에, 북한 정부가 탄생하기도 전에, 미국과 소련이 한편이 되어서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던 2차 세계대전 시기,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이 일제 침략자에게 맞서기 위해 미국의 동맹국인 소련에서 활동한 것을 비난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신(新) 친일파가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국만리를 떠돌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홍범도 장군은 조국에서 모독당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신 친일파들은 일본 편을 들기 위해서 한국의 역사를 난도질하고 모독하고 있다”며 “현 시대에 활개치는 신 친일파들이 일본의 이익을 위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에는 ‘YES’를 외치고 항일독립운동가 흉상을 향해서는 ‘NO’를 외치는 것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고 일갈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방장관, ‘홍범도함’ 개명 가능성 시사

문 전 대통령도 ‘홍범도 흉상 논란’에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실에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일제의 탄압으로 만주에서 연해주로 쫓겨나 소련 땅에 의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군 부대의 간난신고는 풍찬노숙으로 떠돌면서도 무장독립투쟁을 계속해 나가려는 불굴의 의지의 표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시기 불가피했던 소련과의 협력을 이유로 독립전쟁의 위업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남루하고 편협한 나라로 떨어지는 일”이라며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국방부 장관은 이날 홍범도 장군의 이름을 딴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개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홍범도함 개명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묻는 기동민 민주당 의원 질의에 “의견을 좀 더 들어보고, 해군의 입장도 들어보고 해서 필요하다면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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