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직원, 장부 조작해 대리점 편취부터 회삿돈 횡령 의혹까지 ‘도마위’
회사 측 “수수료 문제, 이미 끝난 사안 신경 안 써..횡령은 내용 파악 중”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2017년판 ‘남양유업 사태’ 시작될까?

지난 2013년 본사 직원의 ‘물량 밀어내기’와 욕설 논란 등으로 촉발된 남양유업 사태가 4년이 지난 2017년도에 또 다시 재연되고 있는 모양새다.

남양유업이 판매수수료를 덜 주고 제품 공급 대금은 실제보다 더 많이 받는 방식으로 대리점을 편취했다는 주장은 물론, 본사 영업직원이 대리점주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본사 계좌가 아닌 별도 계좌로 송금 받아 횡령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한 차례 쓴맛을 본 남양유업의 이 같은 행보는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신뢰도를 더욱 깎아 내리고 있다. 또 국민을 두번이나 우롱하는 모습으로 공분 역시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갑질’ 못 고치는 남양유업..장부조작에 횡령 의혹까지

22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를 덜 주면서 물품을 급하고 받은 대금은 오히려 올리는 등 장부를 조작해 대리점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도권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했던 장모씨가 받은 마감장과 전산자료인 판매수수료 내역장 간에 큰 차이가 발견됐다.

남양유업이 특정 대형마트와 공급 계약을 맺으면 인근 대리점에서 대신 납품해주고 본사로부터 위탁 수수료를 받는데 그 내역을 정리한 장부가 판매수수료 내역장이다.

마감장은 이를 근거로 대리점이 받아야할 수수료와 본사에 내야할 물품 대금이 적혀있다.

대리점은 마감장에 적힌 금액대로 본사에 입금을 하는 구조로, A대리점은 지난 2012년 8월 대형마트 4곳에 총 1억6614억원 어치를 위탁 판매했고, 이에 따라 1310만원의 수수료를 받게 돼 있다.

이에 따라 A대리점은 애초 물량 대금에서 수수료 등을 빼고 1억334만원을 본사에 입금했다. 하지만 실제 내역서에는 A대리점이 받을 수수료 1688만원으로 마감장 내역보다 378만원 많았다.

결국 A대리점은 많은 수수료를 떼이면서 대금은 실제 내야할 돈보다 많이 내게 된 셈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남양유업 영업직원이 대리점주 장씨로부터 개인계좌로 물품 대금을 입금 받았다는 것.

마감장의 경우 남양유업 담당 직원과 파트장이 결재를 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직원이 별도 계좌로 돈을 송금받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단순한 개인 횡령부터 나아가 조직적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

장씨는 당시 본사 영업직원이었던 김모씨의 별도 계좌로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물품대금 중 400만원에서 7000만원 안팎을 송금했다.

또한 장씨는 김씨에게 기획팩(여러 제품을 담아서 팔 때 쓰는 비닐봉지) 비용으로 적게는 260만원부터 많게는 590만원까지 별도의 계좌로 지급, 통상 수십만원에 불과한 기획팩이었지만 장씨는 100배 이상 부풀려진 금액을 김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물품대금 내역이 적힌 마감장에 ‘계산서 협조’ 항목을 새롭게 만들어 장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5월 본사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는 녹취록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해 5월 김웅 대표를 비롯해 임직원들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홍역을 치렀다.

당시 녹취록에는 본사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온갖 폭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던 ‘물량 밀어내기’를 하는 모습도 그대로 담겼다.

남양유업의 이 같은 대리점 갑질,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는 여론의 공분을 샀고 결국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갑질 사태 후 남양유업은 독주하고 있던 분유 및 이유식, 컵커피 시장 등 점유율을 경쟁사들에게 빼앗기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상당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2015년에 이어 2016년까지 흑자를 보이면서 정상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또 다시 각종 논란들이 불거지면서 ‘남양유업 사태’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회사 측 “수수료 문제 이미 끝난 일..횡령 의혹 내용 파악 중”

이와 관련, 남양유업 홍보실 관계자는 “(대리점 수수료 문제는) 검찰 등에서 무혐의를 받고 이미 끝난 사안”이라며 “회사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직원 횡령 의혹과 관련해서는 “영업사원과 대리점주가 협의한 것으로 본사에서도 내용을 파악 중이다”며 “당시 팀장이 현재 퇴사해서 접촉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 갑질’ 실태조사에 나선 상황에서 남양유업이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매서운 칼날을 무사히 피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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