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내부거래 등 오너가 배만 ‘두둑’..잇단 악재 속 새정부 칼날 정조준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흥국생명이 총수 부재 리스크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판매 재개와 영업점 축소 등으로 재무상태 개선 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무리한 구조조정과 성과연봉제 강행으로 인해 흥국생명 노동조합이 조병익 흥국생명 대표를 고용노동부에 고소하는 등 노사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는 회사 경영 악화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가 배불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

이렇다 보니 이 전 회장이 배임·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에 따른 리더십 결여 문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은 물론, 새정부의 ‘적폐기업’ 명단에 이름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돼 시선이 쏠리고 있다.

◆흥국생명 노조, 조병익 대표 부당노동행위 혐의 고소..갈등 격화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흥국생명 노조는 지난달 24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조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노조 임시총회를 방해하고 사내전산망 노조 게시물을 임의로 삭제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노조는 지난 5월12일 개최 예정이었던 임시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근태 등록을 ‘노조 출장’으로 신청했지만 사측은 이를 불허했다. 또 사측은 연차휴가를 사용해 임시총회에 참석하려던 조합원들의 휴가 신청도 반려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흥국생명은 경영 악화가 심화되자 지난 2분기 전국 140곳의 전속 지점을 80곳으로 축소하고, 22개 대형플라자를 10곳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점장 등 수십명에게 사직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 대표의 고강도 구조조정은 흥국생명 노사 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게다가 직원의 성과를 바탕으로 등급을 네 개로 나눈 뒤 좋지 않은 등급을 받은 직원의 임금을 최대 30%까지 삭감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사측의 행보는 갈등 사태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지난 3월 선임된 조 대표는 흥국생명의 체질개선에 날개를 달아줄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구조조정과 같은 미봉책만 내세우고 있어 오히려 비판이 일고 있다.

◆‘배임·횡령’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부재..내부거래로 오너가 배만 ‘두둑’

특히 이 같은 내홍의 중심에는 오너 리더십 부재라는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대주주인 이 전 회장은 현재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흥국생명은 오너 부재를 겪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오너리스크가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통상적으로 회사 경영이 악화될 경우 오너가 직접 나서서 증자를 하거나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직원들과 고통을 분담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직원 인력 감축 등 손쉬운 구조조정으로 회사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태광그룹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겹쳐 더욱 골칫거리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티시스는 작년 매출액 2157억원 가운데 84.31%(1818억원)를 계열사 간 거래(재단, 개인 등 제외)를 통해 올렸다.

내부거래액은 지난 2015년보다 13.0%(209억원) 늘었고 내부거래 비중은 8.3%포인트 높아졌다. 티브로드(534억원), 흥국생명(525억원), 흥국화재(430억원)를 비롯 23개 계열사와 거래했다.

티시스는 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로 오너일가 지분이 100%인 오너일가 회사다. 이 전 회장이 51.01%,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현준(24)씨의 지분율이 44.62%다. 이 전 회장의 아내 신유나씨는 2.18%, 딸 이현나씨가 2.18%를 보유하고 있다.

태광그룹 일부 계열사들은 이미 티시스와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흥국증권과 흥국자산운용은 지난 7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경고를 받았고, 흥국생명 역시 지난해 골프장 회원권과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 3억80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티시스의 계열사를 통해 김치를 시장가보다 웃돈 금액에 구매하고 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제공하는 이른바 ‘김치 성과급’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너 일가 무책임한 태도 결국 공정위 칼끝 정조준?

한편, 태광그룹이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른 만큼 새정부의 규제 아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태광그룹은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사각지대에서 불공정 행위를 자행해 왔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이 자산 10조원에서 5조원으로 강화된 만큼 공정위의 칼끝이 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오너 일가의 무책임한 태도와 안일한 인식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공공뉴스>는 흥국생명 측에 보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려 연락을 시도했으나 한 관계자는 “(논란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고 했으나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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