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정문 앞 바닥에 쓴 ‘우리가 이긴다’ 등 글씨 삭제 위해 “재산 상 피해 입었다”

[공공뉴스=이상호 기자]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 기업인 아사히글라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5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2일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최근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집회에서 구미의 사측 공장 정문 앞 바닥에 ‘노동조합 인정하라’, ‘우리가 이긴다’ 등의 글씨를 썼다.

지난 7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미 공장 앞 도로에 칠한 래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제공
지난 7월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미 공장 앞 도로에 칠한 래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제공

회사는 이 글씨를 지우기 위해 아스팔트 콘크리트 재포장(4500여만원)·보도 표면부 래커제거작업(300여만원)을 진행해 재산 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보통 래커는 약품으로 지울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사히글라스는 손해배상청구 비용을 올리기 위해 아스팔트를 포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문제는 지난 2012년 시작됐다.

차현호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의 경우 2012년 124만원, 2014년 167만원 등의 급여를 받았다. 이는 최저임금이다.

또한 회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에게 ‘붉은 조끼’를 입히는 등 차별을 두기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같은 회사의 탄압에 맞서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지만, 아사히글라스는 하청업체를 통해 이들을 해고했다.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후 5년간 지속됐으며, 노사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아사히글라스의 문제를 인정하고 사측에 노동자 178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 명령했지만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아사히글라스 노조는 “회사는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대로 손배소의 칼까지 빼 들었다”며 “불법 해고, 불법 파견도 모자라 이제 손배로 협박한다. 불법을 자행하고도 도리어 노동자를 협박하는 전범 기업 아사히글라스의 행태에 전 국민적 분노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손배 5200만원은 한국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보여 준다”며 “대한항공 비정규직 노동자도 점심시간을 준수했다는 이유로 1억 손배를,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는 곳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억대 손배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노동자의 의사 표현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손배로 노동자를 괴롭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아사히글라스의 특혜 의혹도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2004년 경북 구미공단에 진출한 아사히글라스는 정부로부터 11만평에 해당하는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 받았다. 이후 5년간 국세 전액·법인세·지방세 감면 됐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은 아사히글라스에게 지난 10년 간 연평균 매출 1조, 연평균 당기순이익 800억 이란 이익을 가져다 줬다. 현재 아사히글라스의 사내보유금은 8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차 지회장은 “아사히글라스는 국내에 공장을 열면서 정부로부터 많은 특혜를 입었다”면서 “불법파견으로 비정규 노동자를 사용하고 9년간 이들에게 최저임금만 주며 아사히글라스는 연매출 평균 1조를 올리는 등 떼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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