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된 태아 품은 임산부로 착각해 낙태 수술 진행한 병원
태아는 살아있는 생명으로 보지 않아 과실치상 적용..논란

서울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산부가 병원의 실수로 영양주사를 맞으려다 낙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서울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산부가 병원의 실수로 영양주사를 맞으려다 낙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임산부는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경찰에 고소했고, 병원 원장과 관련자들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서울 강서 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 의사 A씨와 간호사 B씨는 지난달 7일 환자의 신원을 착각해, 임산부인 베트남 여성의 동의 없이 낙태 수술을 진행했다. 관련자들은 사산된 태아를 임신 중이던 다른 환자와 차트가 바뀐 것을 확인하지 않고 낙태 수술을 진행했다고 진술했다.

피해 여성은 해당 병원에서 임신 6주 진단을 받고 영양제 주사를 처방받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을 마친 피해 여성은 하혈을 시작했고, 병원에 문의했으나 “의사가 퇴근했다”는 답변만을 들어야 했다. 이틑날 찾은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집도한 사실을 안 그는 경찰에 ‘부동의 낙태죄’로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이후 사건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이 진행한 ‘부동의 낙태죄’의 경우, 산모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낙태를 고의적으로 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과실치상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형법상 태아는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태아가 받은 피해가 아닌 산모가 받은 피해로 판단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관련 의사와 간호사 등은 자격 정지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 면허 취소 요건은 업무상 비밀누설, 허위 진단서 작성, 진료비 부당 청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만 적용된다. 업무상 과실치상의 경우 지난 2000년까지 자격 취소 등의 요건으로 포함됐지만, '의사들의 적극적 진료를 막는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이 사건에 대해 파악 중에 있다”면서 “현지조사를 진행할지는 결정된 게 없지만, 사건을 파악한 뒤 유관기관과 협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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