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군산공장처럼 폐쇄 진행하면 퇴직자만 늘어나...불안"
한국지엠, 해외 생산 차량 국내 수입해 판매..글로벌지엠만 배불려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최근 회사 경영진의 사퇴를 주장하며 텐트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최근 회사 경영진의 사퇴를 주장하며 텐트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이상호 기자] 한국지엠(GM) 노조가 회사 경영진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인다. 노조는 최근까지 자사 브랜드 수입차량에 대한 불매운동을 진행하려 했으나, 부평2공장 폐쇄에 대한 우려가 또 다시 제기되면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최근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관에는 “한국에서 꺼져라”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수백 장 붙었다. 노조는 이 같이 카허 카젬 사장과 제너럴모터스(GM) 파견 외국인 임직원(ISP) 퇴진을 요구하면서 집단적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사측은 ‘2014년부터 5년간 누적적자가 5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임금인상은 물론이고 성과급·격려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하지만 회사는 기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1인당1천7백만원을 지급하고 지난해 역시 1천5백만원을 지급했다”면서 “경영적자가 이어지고 누적적자가 5조원인 회사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덧붙였다.

노조가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사측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노동자들은 경영정상화를 이끄는 것을 목표로, 임금을 동결하고 복리후생의 일정부분을 양보했다. 하지만 회사는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노조를 취급하고 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고통을 분담해 경영정상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우리 노동자들이 양보를 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양보를 한 이들을 무시하고 회사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또한 양보를 한 사람들을 매도하고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뜻 보면 우리 노조가 돈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공장 폐쇄에 대한 문제”라면서 “오는 2022년 단종을 앞둔 말리부 후속차량 생산을 노조는 요구하고 있지만 카허 카젬 사장은 교섭 자리에서 ‘부평2공장 신차 배정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고 말했다.

실제 노조는 과거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3천명이 희망퇴직을 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부평2공장이 폐쇄되면 군산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유모(38)씨는 “지난 7년동안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어렵게 정규직이 되어 회사에 들어왔다”면서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공장폐쇄가 군산에서 진행되고 또 부평공장까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지엠은 미국에서 생산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수입해 국내에 출시했다. 국내 공장 생산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만들어진 차량을 들여와 판매해 점유율을 높여 글로벌 지엠의 이윤을 높인다는 전략 이다. 이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이 차량 불매운동을 진행하려 했지만 여론의 비판에 직면, 현재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임한택 지부장은 “얼마나 절실하고 절박하면 불매운동 방안을 생각했겠냐”면서 “2022년 1천500여명 구조조정이 예견된 상황에서 회사가 노동자들만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에서 불매운동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지부장은 “불매운동은 사실상 노조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마음은 아프지만 동의가 이뤄진다면 이를 과감히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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