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이사회 열고 2020년도 임원인사 단행
지주사 핵심 인력들 대거 승진..컨트롤타워 강화
60대 조성진 부회장 용퇴..50대 CEO 전면 포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본격적인 색깔내기에 돌입했다. 

2020년도 LG그룹 임원인사에서 구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첫 인사를 통해 각 계열사에서 지주사 ㈜LG로 불러들인 이들을 대거 승진시켜 친정체제 구축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특히 LG그룹은 그간 안정적인 인사 기조를 유지해 온 가운데 이번에는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핵심 계열사 LG전자를 이끌어 온 60대 조성진 부회장이 물러나는 등 LG전자뿐만 아니라 유플러스·화학 등 주요 계열사 전반에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구광모호(號) ‘뉴 LG’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지주사 핵심 인력 대거 승진..구광모號 친정체제 강화

LG그룹은 28일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2020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지주사 임원인사에서는 LG CNS 최고인사책임자(CHO) 출신인 김흥식 전무를 신임 인사팀장으로 선임하고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김 부사장은 LG전자와 LG CNS 등을 두루 거치면서 인사와 조직관리 등을 전문적으로 맡아온 인사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인사팀장인 LG화학 출신 이명관 부사장은 LG인화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원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 시절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지주사 인사팀장을 지내다가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구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그룹 인사책임자로 지주사에 복귀한 바 있다. 

이어 이재웅 법무·준법지원팀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정연채 전자팀장과 하범종 재경팀장도 부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LG유플러스 법무담당 전무를, 정 부사장은 LG전자 정도경영담당 전무를 지냈다. 하 부사장은 LG화학에서 재경담당 상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와 함께 강창범 화학팀장과 김이경 LG인재육성담당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이베이코리아 출신인 김 상무는 지난해 구 회장이 베인앤컴퍼니 출신인 홍범식 사장과 한국타이어 출신인 김형남 부사장 등과 함께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이들은 구 회장 취임과 동시에 계열사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이동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구광모 체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인력들을 대거 승진시킨 이번 인사로 구 회장의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다. 

LG전자 조성진(왼쪽) 부회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신임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조성진(왼쪽) LG전자 부회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신임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에게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용퇴..50대 권봉석으로 ‘세대교체’

주요 계열사 인사에서는 4년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조성진 부회장이 물러나고 권봉석 HE(홈엔터테인먼트)·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사업본부장(사장)이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조 부회장은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이 용퇴함에 따라 60대 이상 그룹 부회장단은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4명으로 줄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조 부회장보다 앞선 지난 9월 퇴진을 발표했다.

조 부회장을 외에도 LG전자에서는 2008년부터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오던 정도현 사장과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사장)도 1950년대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조 부회장 후임으로 LG전자를 이끌게 된 권 사장은 56세로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 가운데 가장 젊다.

그는 LG전자에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디지털 전환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기술과 마케팅을 겸비하고 현장 감각까지 갖춘 전략가로 통하는 권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전략,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사업전반의 밸류 체인을 두루 경험했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에 대해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관련 조직들과 구성원들이 목표 지향적으로 움직이도록 지휘하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LG전자는 “권 사장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요소들인 빅데이터, AI, 연결, 콘텐츠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IT기업들의 핵심과제인 디지털 전환의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TV와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해온 권 사장이 LG전자의 수장으로 낙점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 반등과 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TV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제공=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제공=LG유플러스>

◆첫 내부 승진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성과주의 인사 단행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올해 LG그룹 인사의 유일한 사장 승진자다. 또 LG유플러스 내부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사례는 황 사장이 처음이다. 

1962년생인 황 사장은 1999년에 LG텔레콤으로 입사한 후 강남사업부장, 영업전략실장, ㈜LG 경영관리팀장 등을 거쳤다. 2016년부터는 LG유플러스 PS(퍼스널솔루션) 부문장을 맡아왔다. 

황 사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다.

FC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부사장은 차별적인 5G 신규 서비스 출시를 통해 LG유플러스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점이 인정돼 이번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올랐다.

이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전자공학 학사, 멀티미디어학 석사과정, 컴퓨터학 박사과정 등을 졸업했다. LG유플러스에서는 4G서비스담당(상무),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전무) 등을 지냈다. 

이와 함께 LG유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젊은 40대 신규 임원을 상무 라인에 포진시켰다. 

이밖에 민경집(61) LG하우시스 대표와 손옥동(61) LG화학 사장 등이 물러나고, 노국래(55) LG화학 부사장과 강계웅(56) LG하우시스 부사장이 신임 CEO로 선임돼 각각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아울러 LG생활건강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30대 여성 임원을 첫 발탁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한편, LG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임원인사를 두고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미래 준비를 위한 혁신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젊은 피’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60대 부회장단과 50대 사장단, 그리고 젊은 임원들이 이뤄낼 신구 조화가 그룹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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