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피해기업 4곳 손실 15~41% 배상하라”
은행들 수용 ‘신중’..사건 소멸시효 완성·배임 위험
공대위 “은행, 책임회피 멈추고 추가 협상 나서야”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통화옵션계약(키코) 관련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개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금융당국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판매와 관련, 키코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 은행이 손실액의 최대 41%를 보상하라고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고 금융위기시 발생한 통화옵션계약인 이른바 ‘키코’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토록 조정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키코 피해기업 4곳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권고 및 금융위원회, 금감원의 키코 피해기업 지원방안에 따라 지난해 7월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그 결과 금감원은 이들 4개 기업에 대한 배상비율을 15~41%로 결정했다. 키코 피해기업들의 총 손실액은1490억원, 손해배상액은 256억원이다.

기업별로 손해배상금액 결정내용을 살펴보면 원글로벌미디어는 손실액 102억원에 대한 배상비율 41%를 적용, 42억원을 배상할 것을 결정했다. 이어 남화통상은 손실액 32억원에 배상비율 20%로 7억원, 재영솔루텍과 일성하이코스의 배상비율은 15%이며 각각 66억원, 141억원의 배상이 결정됐다.

금감원은 “2013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된 판단기준에 따라 은행의 불완전판매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와 법리검토 등 조정절차를 진행했다”며 “금번 조정이 마지막 구제수단인 점 등을 고려해 양 당사자의 간극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은행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관에 비해 더 큰 공신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험성이 큰 장외파생상품의 거래를 권유할 때에는 더 무거운 고객 보호의무를 부담해야 하지만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판매 은행들은 4개 기업과 키코 계약 체결시 예상 외화유입액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타행의 환헤지 계약을 감안하지 않고 과도한 규모의 환헤지를 권유·체결(적합성 원칙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또한 이에 따른 오버헤지로 환율상승시 무제한 손실 가능성 등 향후 예상되는 위험성을 기업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던 점(설명의무 위반) 등도 감안할 때 고객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어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손해배상비율 결정은 은행의 고객보호의무 위반 정도와 기업이 통화옵션계약의 위험성 등을 스스로 살폈어야 할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산정기준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 관련 2014년 동양 CP 및 회사채 불완전판매 분쟁조정 등 기존 분쟁조정 사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 적용되는 30%로 하고, 키코 사건 관련 판례상 적용된 과실상계 사유 등 당사자나 계약의 개별 사정을 고려해 가감 조정한 후 최종 배상비율 산정했다.

배상책임의 가중사유는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규모 등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 ▲계약기간(만기)을 과도하게 장기로 설정해 리스크를 증대시킨 경우 등이다.

반면 배상책임 경감 사유로는 ▲기업의 규모가 큰 경우 ▲파생상품 거래경험이 많은 경우 ▲장기간 수출업무를 영위해 환율변동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 등을 적용했다.

금감원은 기업 및 은행 양 당사자에게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 내용을 조속히 통지하고 수락을 권고할 예정이다.

양 당사자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또한 이번 분쟁조정 신청기업 이외의 나머지 키코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향후 양 당사자의 수락으로 조정결정이 성립되면 은행과 협의하여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합의권고)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분조위는 사실조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대법원 판결로 키코 사건의 불완전판매 판단기준이 제시됐음에도 은행과 금융감독당국 모두 피해구제 노력이 미흡했으며 소멸시효가 완성된 건이라도 임의변제가 가능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갈등 종결을 위해 조정안을 권고해 당사자간 화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분쟁조정기구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신청에 대한 은행의 배상 조정결정을 발표한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금감원의 키코 분쟁조정신청에 대한 은행의 배상 조정결정을 발표한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 분조위의 이번 배상 결정과 관련해 은행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키코 사건 손해배상 소멸시효(10년)가 이미 완성됐고, 분조위 조정안도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은행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는 판단이다. 

또한 은행들은 기업들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편, 키코공동대액위원회(공대위)는 이날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들이 책임 회피를 멈추고 추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는 금감원의 조정 결정에 대해 다소 아쉽다고 평가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노력에 감사하다”며 “이번 정권 들어 키코 사태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결과에 따라 나머지 피해 기업들이 은행들과 협상을 하게 됐다”면서 “은행들이 이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기를 기대하며, 피해기업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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