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편법증여, 다주택자 규제 회피 수단 등 악용..혐의 발견시 즉시 세무조사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국세청이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는 부동산 법인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부동산 법인 설립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거래에서 자녀 등에게 편법 증여하거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점이 포착되자 국세청이 칼을 빼든 것.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세금탈루 혐의가 발견될 경우 즉시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세무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23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는 부동산 법인에 대해 전수 검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국세청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23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는 부동산 법인에 대해 전수 검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국세청>

국세청은 1인 주주 부동산 법인(2969개), 가족 부동산 법인(3785개) 등 총 6754개 부동산 법인을 대상으로 전수 검증을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 법인 명의의 아파트는 모두 2만1462개에 달한다. 한 법인이 평균 3.2채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 등의 회피 목적이 아니면 이들 부동산 법인이 설립될 필요가 없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 

이에 따라 ▲법인 설립 과정에서 자녀 등에게 편법적인 증여 여부 ▲고가 아파트 구입 자금의 출처와 동 자금의 형성 과정에서 정당한 세금의 납부 여부 ▲부동산 법인이 보유 아파트를 매각한 경우 법인세, 주주의 배당소득세 등 관련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했는지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해 탈세 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은 우선 부동산 법인 검증 과정에서 고의적 탈루 혐의가 발견된 27개 법인의 대표자 등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주요 유형은 ▲자녀에게 고가의 아파트를 증여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 법인(9건) ▲다주택자에 대한 투기규제 회피 목적의 법인(5건) ▲자금출처 조사를 피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4건) ▲부동산 판매를 위해 설립한 기획부동산 법인(9건) 등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부동산 법인의 대표와 가족은 물론 부동산 구입에 회사자금을 편법적으로 유용한 경우 해당 사업체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 

국세청은 “차명계좌 이용, 이면계약서 작성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엄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에도 아파트 양도차익에 대해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등 개인 다주택자의 세부담과 형평성이 맞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개인이 법인에 양도한 아파트 거래량은 1만3142건으로 이미 지난해 거래의 73%에 달하고 있다. 

개인과 법인 간 아파트 거래량은 2018년 9978건에서 2019년 1만7893건으로 대폭 늘었다. 

또한 신규 설립된 부동산 법인 수는 2018년 7796건, 2019년 1만2029건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1~3월 신규 법인 수는 5779건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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