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 측 인수 조건 재협의 요청에 산은 등 채권단 일단 수용
대금 조정 등 주요 쟁점..금호산업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아시아나 재무제표 신뢰성 등 문제 삼아..인수 무산설 ‘솔솔’

[공공뉴스=정혜진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재협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기싸움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채권단 측은 현산 측이 요구한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를 수용하는 대신, 먼저 구체적 조건을 제시하라고 맞서고 있어 향후 진행될 재협상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은은 10일 채권단을 대신해 보도자료를 내고 “현산 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라”라며 “향후 공문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이는 현산이 전날(9일) 입장문을 통해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사측의 노력을 언급하며 채권단 측에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공식 답변이다. 

현산은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전제로 ▲재무제표의 적정성 확인 ▲산업경쟁력 확보 지원책 ▲계약 체결 당시의 본원가치를 회복·존속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 부채는 총 4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반기말 대비 1만6126% 급증했다. 또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순손실과 올해 1분기 순손실까지 모두 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또한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이 아시아나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기도 한 점도 언급, 계약 기준이 됐던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날 산은은 “현산 측이 그동안 인수여부에 관한 시장의 다양한 억측이 있었음에도 의사 피력이 늦었지만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산 측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수를 확정하기 위한 제시 조건은 이해관계자 간 많은 협의가 필요해 서면으로만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현산 측이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산 측이 요청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와 관련해 효율성 제고 등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몽규 HDC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몽규 HDC 회장이 지난 2019년 11월12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단 산은이 현산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재협상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 업계에서는 협상 테이블에는 인수대금 조정과 추가 지원, 영구채 출자 전환 등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현산은 구주 인수 대금(3228억원)과 신주 인수 대금(2조1772억원) 등 2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유행)으로 항공업계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 인수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주 대금을 낮추는 것에 반발하고 있는 계약 당사자 금호산업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실제 협상에서는 수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일각에서는 인수 무산 가능성도 나오는 분위기다. 

현산 측은 아시아나의 부채 증가와 재무제표 신뢰성 등을 문제삼으며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 상황이 발생한 점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인수가 불발될 경우 현산에 책임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인수 대금 조정보다는 인수 포기를 위한 현산의 명분 쌓기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만약 현산의 인수가 무산되면 아시아나는 다시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된다. 이후 채권단이 재매각을 추진하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계열사는 분리 매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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