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화재 사고로 1명 사망·1명 부상..회사 측 “관계당국서 조사 진행 중”
철저한 원인 규명 및 관계자 처벌 목소리 ↑..산업안전 강조 21대 국회 ‘주시’
‘구원투수’ 남 사장, 경영정상화 성과 미진..내년 1월 임기 만료 앞두고 부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삼성중공업이 또 사망사고로 휘청거리고 있다.

매년 하청 노동자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에서 불이 나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잇단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

더욱이 회사는 적자 행진을 거듭하며 재무건전성도 흔들리는 와중에 사망사고까지 겹치면서 삼성그룹의 ‘60세 퇴진룰’을 깨고 올해 1년 임기를 보장받은 남준우 사장은 오히려 망신만 사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남 사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21대 국회가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 위험의 외주화 등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은 적잖은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사진=삼성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거제조선소 사망사고에 노동계·정치권 “중대재해기업 처벌 강화하라” 

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거제시 장평동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통영해양경찰서, 통영고용노동지청은 합동 조사를 벌였다. 

앞서 지난 8월27일 오후 8시27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내 건조 중인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A(41)씨가 숨지고, 다른 노동자 B(40)씨는 전신 2도 화상을 입었다. 

숨진 A씨 등은 5만 톤급 유조선 엔진룸 내부 스프링기어룸 청수탱크 도장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탱크 외부에 있던 노동자 B씨는 화상을 입고 탈출했지만, 내부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A씨는 결국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은 선체 내부에서 스프레이 도장 작업 중 폭발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합동 감식반은 A씨 등이 선박 내부 청수탱크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폭발음이 들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한 화재 경위와 원인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사업장에서는 그동안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때문에 공분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 

실제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등 노동계와 정의당 등 정치권에서는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한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관계당국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기업 및 관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이번 사고를 예견된 인재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참사 당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를 들었다. 

이들은 “당시 보고서는 도장 작업, 밀폐 구역 문제점으로 밀폐 구역 유기용제 제거 인화성 증기 배출 환기 설치 등 위험 요소를 파악해 개선을 요구했다”면서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한 것은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동종사에서는 후행 공정(도정)에서 청수탱크에 폭발·질식 위험이 적은 무용제 도료를 사용했지만, 삼성중공업은 유기용제 도료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언제든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지적. 

아울러 이들은 “또 한 명의 하청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라며 “정부가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진심으로 예방하고자 한다면,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삼성중공업 원청에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계와 정치권은 모두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와 관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입을 모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과 기업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으로, 노동계 등에서는 입법 요구 목소리가 지속돼 왔다.  

현재 민주노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포함한 ‘전태일 3법 입법 청원운동’을 본격화 한 상황.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성명을 통해 “50년 전 전태일 노동자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의 K-방역이 신뢰를 받고 있지만 코로나19 사망의 8배가 넘는 2400명의 노동자가 해마다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나가고 코로나19보다 더 무섭게 하루에 6명이 죽는 대한민국 노동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기업을 제대로 처벌해야 노동자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만들고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의당 경남도당도 “사망에 이르는 대부분의 중대재해는 일하는 개인의 위법행위나 과실이 원인이 아니다”라며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환경,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이윤 중심의 기업문화, 재해를 실수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이 빚어낸 결과”라고 일갈했다. 

정의당은 “대형 인명사고와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의지는 단순한 경각심 타령이나 시늉에 그친 양형 기준이 아닌 엄격한 입법으로 완결돼야 한다”며 “삼성중공업 폭발사고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의 명복과 중상당한 노동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거제조선소 사망사고는 현재 관계당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18년 4월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주최로 열린 ‘2018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삼성중공업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왼쪽) 사무장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매년 반복되는 안전 사고 논란..‘죽음의 사업장’ 꼬리표 못 끊나?

그동안 삼성중공업에서는 크고작은 사고가 이어졌고 노동자들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노동자들도 속출했다. 

그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히는 사고는 2017년 5월 발생한 크레인 충돌 사고. 

당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은 2018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또한 당시 사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산재예방조치의무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효섭 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장 등 관리직 간부 4명은 올해 2월 항소심에서 전원 유죄가 선고됐다. 1심의 무죄 판결이 뒤집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작업의 위험성을 예방할 주의의무가 있고, 관리감독자가 사고 발생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관리감독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이같은 중대사고에도 벌금 단 300만원만 부과돼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삼성중공업의 안전불감증 이슈는 올해도 있었다. 

삼성중공업이 연내 완공을 목표로 거제조선소에 짓고 있는 ‘조선해양 LNG 통합 실증설비’ 공사 현장을 점검한 결과 10여건의 안전 관련 문제점이 적발된 사실이 드러난 것.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가스기술공사 안전품질처는 1월29일 삼성중공업 LNG 통합 실증설비 건설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작업 전 안전활동, 작업 중 안전활동, 안전·보건관계 서류 등에서 미비점이 발견됐다. 

작업 전 안전활동에서는 총 4가지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개인보호구 안전벨트·안전화 등 착용상태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작업 중 안전활동에서는 개구부 덮개 미설치 및 고정 불량으로 근로자 추락 위험성 내포, 배관 등 자재정리 미실시로 작업자 보행통로 미확보 등 총 5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중장비 사용 시 작업 구역 미설정 및 신호수 미배치, 물질안전보건 자료 현장 미비치 등도 적발됐다.

이런 안전불감증은 그동안 삼성중공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모습. 

지난해 5월4일 거제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위에서 떨어진 자재에 머리를 맞아 숨졌고, 이보다 하루 전인 3일에는 40대 협력업체 노동자가 크레인 작업 중 줄에 맞아 크게 다쳤다. 4월에는 거제조선소 내 화장실에서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2018년 11월에도 거제조선소 내 건조 중인 선체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으며, 10월에는 거제조선소 교차로에서 25톤 트럭과 자전거가 충돌해 자전거를 타고 있던 삼성중공업 직원이 숨지는 등 ‘죽음의 사업장’ 꼬리표를 끊어내지 못하는 상태다. 

삼성중공업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중공업 홈페이지 갈무리

◆‘영업적자·노동자 사망’ 맥 못추는 남준우..산업안전 강조 21대 국회 ‘주시’ 

한편, 남 사장은 2018년 1월 적자 늪에 빠진 삼성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체질개선에도 불구, 경영정상화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취임 직후 성적표는 올해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에만 7500억원대 영업적자를 떠안았다. 과거 저가로 수주한 선박 건조에 따른 손실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해외 물량 수주 차질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일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건전성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사모사채를 발행, 55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7월에도 300억원어치 사모사채와 2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올해 발행한 사모사채 규모만 1800억원을 넘어섰다. 

높은 단기성 차입금 비율도 삼성중공업의 재무안전성에 있어 불안 요소로 꼽힌다. 3월 말 별도기준 총 차입금 4조7542억원 가운데 3조3790억원이 1년 내 만기가 도래하고, 당장 올 하반기 1050억원 규모의 만기 사모사채도 있다.  

회사 재무상태는 악화되는 가운데 노동자 안전 관련 이슈까지 계속되면서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남 사장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 

게다가 산업안전을 특히나 강조하는 21대 국회의 국정감사를 앞두고 노동자 사망사고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남 사장은 임기 마지막 큰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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