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리스 시대:카드·모바일 결제로 사라지는 실물화폐→금융 소외계층 보듬는 포용 성장 중요

[공공뉴스=이승아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집과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5분정도 걸리는 거리다. 어느날 저녁, 평소처럼 지하철을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데 쌀쌀한 겨울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골목길 중간에 붕어빵을 파는 트럭 한 대가 있었다. 오랜만에 붕어빵을 보니 군침이 돌았고, A씨는 집에 가서 야식으로 먹자는 생각으로 트럭으로 가 할머니께 붕어빵 3000원치를 달라고 했다. 갓 구워진 붕어빵 봉지를 집어든 A씨가 카드를 내밀자 할머니는 “현금 없어요? 카드는 안되는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현금 3000원이 없었고, 계좌이체를 해드리겠다고 했으나, 할머니는 계좌번호를 외우지 못해 모른다고 답했다. 어쩔 수 없이 A씨는 붕어빵을 할머니에게 돌려드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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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주변에는 ‘현금 없는 매장’이 확산되고 있다. 신용·체크카드는 현금을 대신할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은지 오래고, 모바일 뱅킹 등 서비스로 간편한 이체와 결제가 가능해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와 동전의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더욱이 온갖 PAY들도 잇따라 생겨나면서 이제는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다니면 카드 없이도 모든 것이 해결 된다. 인류와 역사를 함께해 온 실물화폐의 완전한 실종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 기술 발전에 급변하는 사회..현금 없는 시대 도래

현금 없는 사회, 이른바 ‘캐시리스 사회’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캐시리스 사회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신용·체크카드,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해 소비·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갑도 사라지고 있고, 실제로 최근 많은 젊은이들은 지갑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 9월 일본 ‘TBS테레비’는 한국 대학생들의 가방 속 소지품을 소개했는데, 일본인들은 한국 대학생들의 가방안에 지갑이 없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여학생은 해당 방송에서 “현금은 안 쓰니까 스마트폰과 카드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했고, 다른 남학생 역시 “카드 한 장이면 현금 없이도 생활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 방송에 따르면, 한국의 캐시리스 보급률은 96.4%로 세계 1위다. 반면, 일본은 19.9%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변화의 추세에 맞춰 신분증도 이제는 스마트폰에 저장해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말 공무원증과 운전면허증에 디지털 신원증명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미 카카오는 신분증이나 각종 자격증 등을 카카오톡 안에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갑’ 서비스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

카카오페이가 현금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지갑 서비스까지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는 물론 증명까지 쉽고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권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도 은행 어플과 기존 등록된 신분증 이미지를 활용해 은행 업무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디지털 혁신은 곳곳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디지털 혁신 서비스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로 인해 감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실물 화폐의 감소와 온라인상으로 모든 신청이 가능하며, 24시간 운영하는 ATM, 혹은 24시 무인화 시스템이 사람을 대신하기 때문.

연말연시가 다가오며 몇몇 은행들은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시중은행들은 매해마다 디지털 전환과 영업점 통·폐합을 추진해 오고 있었다.

은행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매해 규모 축소가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4대 시중은행에 전국 지점 수는 ▲2015년 3513개 ▲2018년 3086개 ▲2020년 2964개 등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2015년 이후 4대 시중은행 영업점만 549개가 폐점했다.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와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들은 여전히 은행을 찾아가는 실정이지만, 은행의 몸집 축소하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PIXABAY>

# 코로나로 심화되는 전세계 캐시리스 열풍

화폐는 인류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인류는 국가가 생기기 전부터 서로에게 필요한 물품을 물물교환 했고, 이런 상품화폐는 인류의 최초 화폐나 다름없다. 

사회 규모가 커지고 계급이 나뉘면서 지배층은 재산을 축적하기에 부피가 큰 상품화폐 대신 보관이 쉽고 가치 있는 물건을 화폐의 일종으로 사용하게 됐다. 이것이 점차 발전해 현재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의 ‘탈(脫) 현금화’ 움직임은 가속화 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 편리함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코로나 시국 속 접촉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했다.

감염병 위기 속 불특정 다수의 손을 오가는 화폐가 외면 받게 된 것이다.    

과거 조선시대 양반들은 이런 화폐를 왼손으로만 만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른손은 깨끗하고 올바른 손으로 여겨 돈을 왼손으로만 만졌다고 한다.

당시 양반들은 돈을 천하고 더러운 것으로 생각해 오른손으로 돈을 만지는 것을 부정했다는 것.   

실제 화폐에 얼마나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돼왔다. 우스갯소리로 돈이 변기보다 더럽다는 말도 있듯 화폐는 어느새 바이러스 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

2014년 뉴욕대 연구진이 화폐를 연구한 결과, 지폐에서 평균 약 3000종의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사람과 사람 손을 거쳐 가는 지폐와 동전은 당연히 더러울 수 있지만 보통 동전보다는 지폐에서 더 많은 세균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동전은 구리로 만들어지는데 어느 정도의 향균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동전은 물에 씻을 수도 있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무서워 지폐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훼손시킨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화폐가 바이러스 확산의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낳은 웃지못할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아직 공식적으로 화폐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없지만,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시국은 전세계의 캐시리스 열풍을 심화시키고 있는 분위기다. 

일본 ‘TBS테레비’ 방송.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소외계층 포용하는 성장 필요

인류의 역사와 화폐는 함께 해 왔다. 그러나 점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화폐를 대체할 방안들이 생겨나고 있어 곧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화로 인해 가상공간에서 화폐는 존재하지만, 머지않아 실물은 존재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는 때로 그 보이지 않는 가상의 화폐를 쫓으려 애를 쓰기도 한다. 

가령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화폐지만 소위 돈에 눈이 먼 이들이 욕심에 빠져들어 많은 것을 잃었다.

실물 돈을 보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물이 없다고 해서 돈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돈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 존재의 가치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물화폐가 완전히 사라질 경우 현금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과 장애인 등은 소외되기 쉽고, 이들의 소비활동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한 거래 정보 유출 등에 따른 사생활 침해 가능성, 돈 관리와 관련된 일자리 문제, 정전이나 시스템 오류로 인한 결제 시스템 마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금 없는 시대로의 진입이 빨라진 만큼 금융사들의 핀테크 전쟁은 이미 시작됐고,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사회가 순조롭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동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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