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인근 전 원장 무죄판결 유지..인간 존엄성 침해는 인정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부랑자 수용을 명분으로 일반 시민들을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학대, 성폭행 등을 일삼은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형제복지원 전 원장인 고(故) 박인근씨에 대한 비상상고가 기각됐다.

앞서 2018년과 2019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판결 중 피고인의 ‘주간 및 야간의 감금행위에 감금죄가 성립되지 않은 것’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했던 것에 대한 결과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이 특수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형제복지원장 고 박모씨에 대한 비상상고를 기각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및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1일 특수감금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확정 받은 박씨의 비상상고심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비상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문 전 총장은 “2차 환송심이 위헌·무효인 이 사건 훈령을 근거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특수감금 부분에 대해 형법 제20조를 적용해 무죄로 판단한 것은 법령위반에 해당한다”라고 봤다.

이 사건 훈령은 1975년 내무부장관이 ‘부랑인’의 단속⋅수용⋅보호를 목적으로 내무부 훈령 제410호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다.

또한 문 전 총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가해자인 피고인에 대한 특수감금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은 비상상고 제도의 목적을 들며 “단순히 법령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전제가 되는 사실을 오인해 법령위반을 초래한 경우는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따르면, 비상상고는 확정판결을 대상으로 그 심리 또는 재판에 법령위반이 있음을 이유로 인정되는 비상구제절차다. 

비상상고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해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해 법령의 해석과 적용을 통일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신청권자는 검찰총장이고 관할법원은 대법원이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사건의 심판에 법령위반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원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어 피고사건에 대해 다시 판결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판결의 효력이 피고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아울러 앞선 판결에 적용한 법령은 “이 사건 훈령이 아니라 정당행위에 관한 형법 제20조나 상급심 재판의 기속력에 관한 법원조직법 제8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은 “이 사건이 갖는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신체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점보다 헌법의 최고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돼 사회 통합이 실현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의 피고인인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 원장은 1987년 주간 및 야간감금행위 등의 혐의로 처음 기소됐다. 

피의자가 받은 혐의는 일부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을 출입문과 창문에 창살이 있는 숙소시설에 밤에 도망가지 못하게 가둬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울주작업장 토지의 평탄화 작업과 석축 공사 등의 노역을 시키고, 피해자들 중 일부를 경비원으로 임명해 목봉과 감시견 10여 마리를 사용해 다른 피해자들을 감시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1987년 첫 재판부인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은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 및 벌금 6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후 여섯 번의 재판을 더 거쳐 피고인은 결국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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