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뉴스=박혜란 기자] 한인 여성 4명 등 총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17일(현지시간) 살인과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다. 

현재 이 사건 용의자의 범행 동기를 두고 일각에선 아시아인 증오범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애틀랜타 경찰 당국은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에 대해 애틀랜타 시내 마사지숍 두 곳에서 4건의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적용해 전날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지 경찰은 유력 용의자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을 마사지숍 감시 카메라로 확인 후 애틀랜타 남쪽에서 240km 떨어진 크리스프 카운티에서 16일 체포해 조사했다. 그는 플로리다주로 이동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롱은 전날 체로키 카운티에 있는 마사지숍인 ‘영스 아시안 마사지 팔러’, 애틀랜타 북부 피드먼트로에 위치한 ‘골드 마사지 스파’ ‘아로마 세러피 스파’ 총 세 곳을 찾아 총기를 난사했다.

키샤 랜스 보텀스 미국 애틀랜타 시장은 17일 CNN에서 “8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람의 진술이라 굉장히 믿기가 어렵습니다. 사실은 희생자들이 모두 아시아계라는 것입니다”라고 언급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용의자를 수사 중인 경찰은 “아직 이르지만, 용의자는 인종적인 이유로 저지른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롱이 여성 종업원들이 일하는 마사지 업체가 자신의 성적인 욕망의 배출 수단이 됐다면서 마사지 업체를 없애버리기를 원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롱은 자신이 전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마사지 업소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알려졌고 피해자가 모두 여성인 것을 감안해 당국은 증오범죄보다 성 중독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롱이 과거 재활원에서 성 중독 치료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LA한인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는 명백한 아시안 증오 범죄”라고 규탄했다.

한인회는 “약 1시간에 걸쳐 아시안이 운영하는 3곳의 비즈니스를 타깃으로 총격을 가한 범행에 비춰 이는 코로나19 사태 동안 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시안 증오범죄임이 명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증오범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사회를 붕괴하려는 심각한 범죄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해당 지역 경찰국, FBI 등 관계 기관에 증오범죄로 수사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애틀란타 한인회와 공조해 이번 사건 피해자 가족에 지원방안을 전개할 것”이라며 “이런 강력사건이 보도되면 어느 지역에서든지 유사 범죄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보도에 범죄 예방에 관한 메시지를 담을 것도 요구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아시안 증오범죄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일며 사건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정치계 인사들은 이날 일제히 이에 대한 입장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동기는 아직 모르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가 오늘 밤 엄청난 고통을 느끼리라는 것은 안다”라며 “공동체를 겨냥한 최근의 공격은 비미국적(un-American)이다. 반드시 멈춰야 한다”라고 못 박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충격 받고 분노한 데 대해 이해한다”라고 위로했다. 또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증가를 알고 있다. 나는 그들과 연대하며 이 같은 형태의 증오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라며 함께하겠단 뜻을 밝혔다.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는 이날 뉴햄프셔 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총격 사건과 희생자 가족을 언급한 뒤 “내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있다. 모든 미국인이 이 무분별한 비극에 노출된 모든 이를 위해 저와 함께 기도하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방한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큰 충격을 받은 한인사회 모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희생자들의 신원은 반드시 멈춰야 하는 반(反)아시안 폭력의 우려스러운 증가를 부각해 준다”라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도 “애틀랜타의 끔찍한 총격으로 사망하고 다친 분들의 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라며 “지난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겨냥한 폭력의 증가는 더욱 커지는 위험이 되고 있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공화당 영 김 하원 의원은 트위터에 사건 기사를 공유하고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듣고 마음이 찢어진다"라고 위로했다.

마찬가지로 한국계 미국인인 민주당 앤디 김 하원 의원은 트위터에 "조지아의 살인범은 나와 많은 AAPI 공동체 사람들을 뿌리까지 뒤흔들었다. 문제에 맞서야 아시아계 증오를 멈출 해결책이 시작된다"라며 "우리 중 많은 이에게 힘든 날이다. 다른 사람을 돌보고, 답을 찾고, 우리 아이들에게 설명하려 애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AP통신과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WSJ) 등에 따르면 현재 롱은 변호인 선임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사 당국은 롱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그에게 '자살 방지복'을 입혀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