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315건 1심 양형 중 벌금형·집행유예 93%..실형 단 4.8%
창시자 ‘갓갓’ 문형욱 1심 진행 중..여성단체 “무기징역 선고” 요구

[공공뉴스=박혜란 기자]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어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해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동안 n번방 사건 관련 재판에서 가해자들은 대부분 벌금형 및 집행유예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 가해자들에 대해 낮은 수위의 처벌이 이어지면서 곳곳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n번방 최초 개설자인 일명 ‘갓갓’ 문형욱(24). <사진=뉴시스>
n번방 최초 개설자인 ‘갓갓’ 문형욱. <사진=뉴시스>

음란물 유포죄로 기소..벌금형·집행유예 93.6%

26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 25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닉네임 ‘로리대장태범’ 배모군(19)에게 장기10년·단기5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배군은 텔레그램에서 ‘제 2의 n번방’을 운영하며 여중생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기10년·단기5년의 징역형은 소년법상 유기징역의 최고형이다.

배군은 닉네임 ‘슬픈모양이’ 류모씨 등과 함께 2019년 11월 피싱사이트를 만들어 접속자 계정을 해킹해 수집한 비공개 게시물로 협박해 여중생들의 나체사진 등을 촬영해 음란물 제작 후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배군은 2019년 연말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n번방 파일 다 뿌린다’를 개설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사진과 동영상 3202개를 압축파일로 만들어 회원 6043명에게 수차례 배포했다.

1심은 “다수의 공범을 모집하는 등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범행해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줬다”라고 말했다. 

배군은 1심 이후 반성문을 133회 제출했으나 2심은 1심 형량을 유지했다. 공범인 류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처럼 실형을 받은 가해자는 많지 않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에 따르면, 18일 기준 텔레그램 성착취 관련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사례 315건의 1심 양형 중 벌금형 51.3%(159건), 집행유예 42.3%(131건), 실형 4.8%(15건), 무죄 1.6%(5건)였다.

가벼운 양형 이유에는 과소평가된 기소 혐의와 자백·반성 등 감형사유 등이 영향을 미쳤다.

피고인 6명 중 1명은 성인영상물이 아닌 불법촬영물 유포했음에도,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아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받게 된 것이다.

불법촬영물 유포혐의로 기소된 51건도 벌금형이 24건(47.1%)이나 됐고, 벌금 평균액은 321만원에 그쳤다. 

또한 판결문의 감형 사유에 “범행 당시 고3 수험생이었고 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하다가 수시 전형에 실패하자 불안감과 중압감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거나 “자백했고 반성하는 점, 영상을 추가 유포하지 않은 점을 감안했다” 등이 적혀있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조주빈에 대한 1심 선고(징역 40년)가 내려진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조주빈에 대한 1심 선고(징역 40년)가 내려진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대위, 악랄한 범죄에 걸맞은 처벌 원한다

n번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양형 또한 범죄의 악랄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해 3월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시작으로 핵심 피의자들의 얼굴·성명·나이를 공개했다.

신상공개가 된 n번방·박사방 사건 관련 피의자들은 ‘박사’ 조주빈(25), ‘부따’ 강훈(19), ‘이기야’ 이원호(20), ‘갓갓’ 문형욱(25), 안승진(26), 남경읍(30) 등은 아주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신상공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고,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국민의 알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다. 

이중 대부분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조주빈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 등이 추가돼 가중처벌로 1심에서 징역 45년을 선고받았고, 오는 30일 항소심 공판이 열린다.

n번방 창시자인 ‘갓갓’ 문형욱은 현재 1심 진행 중이다. 11일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선고일정이 연기돼 22일 이후로 잡힐 예정이다. 공범인 안승진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문형욱 1심 선고를 앞둔 10일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들을 노예삼고 게임이라 농하며 군림했던 그간의 범행에 걸맞은 철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주빈의 공범 ‘이기야’ 이원호는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고, 항소 여부는 미정이다.

‘부따’ 강훈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한 상태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만 19살의 어린 나이에 범행을 한 사정, 가정 및 학교생활 태도를 보면 장기간 수형 생활을 한다면 교정될 사정이 없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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