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확대 및 안전 문화 조성 등 노력에도 상반기 산재 사망자 전년보다 ↑
내달 국감서 주요 건설사 수장 줄소환 예고..정치권 호통 목소리 확대 전망
오너家 대표직 사퇴, CEO 대신 CSO 신설 등 움직임..책임론 벗기 안간힘

[공공뉴스=이민경·이민섭 기자]  매년 계속되는 사망사고로 건설현장은 ‘노동자의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역시나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원성을 샀다. 작업 중 추락, 끼임 사고 등으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들, 그리고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참사’ 등 올해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목숨마저 앗아간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안전을 외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진 상황. 특히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당장 다가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국내 주요 건설사 수장들의 소환이 예고됐으며 정치권의 거센 질타가 예상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대재해 제로화’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 특히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이 강화되자 업계에서는 최고경영자(CEO) 기피 현상까지 포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여러 이유로 경제단체 등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이라고 호소하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업계의 사망률이 법 시행으로 감소하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과 건설업계 CEO들은 지난 8월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건설업 안전보건리더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매년 국회 국정감사 화두로 꼽히는 산업현장에서의 노동자 사망 문제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에서도 건설업계에 중대재해 발생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과 함께 스스로의 자정노력 등을 주문해왔지만,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도 사고가 잦았고 그에 따른 인명피해도 많아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는 분위기.

각 건설사들은 저마다 안전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업 특성상 사고를 완전히 제로화 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수장 책임론에서 벗어나고자 업계에서는 CEO 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건설사 CEO 국감 줄소환 예고

22일 관련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내달 열리는 국감에서 국내 주요 건설사 CEO들의 줄소환이 예고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최근 사망사고가 잇따른 국내 주요 건설사 CEO들을 2021년 국감 증인 및 참고인으로 신청한 상태로 알려진 것.

거론되는 인물은 올해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광주 학동 붕괴 참사’ 관련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 1위를 기록하고도 중대재해가 계속된 현대건설의 윤영준 사장,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안전관리 소홀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우건설의 김형 사장 등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건설사 CEO 중 유일하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8월 말 발표한 올해 상반기(1~6월) 산재 발생 현황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모두 1137명으로 이 중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474명으로 집계됐다.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전년동기 대비 4명 늘었다. 

매년 반복되는 산업현장의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 이례적으로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속출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서 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CEO들에게 하반기 산재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원청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안 장관은 “산재예방 시작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고 최고경영층의 리더십에서 출발한다”며 “원청은 건설현장 내 모든 근로자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협력업체와 도 안전보건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협력업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원청에서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현장의 해묵은 안전불감증은 후진적인 중대재해를 반복시키고 있다. 물론 건설사들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스템을 건설현장에 도입해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위험도를 낮추기도 하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리권을 도입해 활용 중인 곳도 있다.

안전대책뿐만 아니라 중대재해 근절과 안전혁신 문화 조성을 위한 선포식 등도 개최, 투자를 확대하고 임직원의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등 다방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안전 강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아직 미미한 실정.

더욱이 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국감장에서는 정치권의 호통 목소리가 더욱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뉴시스>

◆안전 강조에도 성과 ‘미미’..수장 기피현상까지

임기 중 노동자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 발생 시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중대재해법은 건설사 CEO들에게 상당한 부담. 법인이나 기관도 주의 및 감독 소홀이 적발될 경우 최대 50억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안전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안전 소홀과 안전불감증, 또는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어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건설사 수장직 기피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너일가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거나, CEO를 대신해 안전 관련 업무를 맡길 최고안전책임자(CSO)직을 신설하고 영입 작업 추진 중인 건설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에서 안전사고 책임자를 CEO로 규정해놓자 이른바 ‘높으신 분’을 책임론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구출작전에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6월 발표한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총수 임원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한 그룹 중 자연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한 60곳 가운데 소속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은 총수는 모두 23명이다. 이들 총수가 대표이사 직함을 가진 계열사는 모두 33곳이다. 

반면 60명의 총수 가운데 61.7%에 해당하는 37명은 그룹 내에서 대표이사직을 맡지 않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너 경영자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을 맡으며 책임 경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년 중대재해법이 본격 시행되면 그룹 오너가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려는 사례도 일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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