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올 상반기 100대 건설사 사망 34건
‘광주 학동 참사’ HDC현산, ‘고용부 특별감독’ 현대건설 등 잇단 산재
근로자 사망사고 건설사만 책임?..안전투자 안한 정부 책임 지적도

[공공뉴스=이민경·이민섭 기자]  매년 계속되는 사망사고로 건설현장은 ‘노동자의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역시나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원성을 샀다. 작업 중 추락, 끼임 사고 등으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들, 그리고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참사’ 등 올해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목숨마저 앗아간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안전을 외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진 상황. 특히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당장 다가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국내 주요 건설사 수장들의 소환이 예고됐으며 정치권의 거센 질타가 예상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저마다 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대재해 제로화’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 특히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이 강화되자 업계에서는 최고경영자(CEO) 기피 현상까지 포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여러 이유로 경제단체 등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이라고 호소하며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업계의 사망률이 법 시행으로 감소하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공공뉴스DB>
<사진=공공뉴스DB>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됐다.

하지만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낮은 점, 안전한 작업 환경 구축이 이뤄지지 않는 등 산재가 끊이지 않자 영국의 ‘살인기업법’을 본따 안전의무를 위반한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여론이 확산, 올해 1월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재는 우리 곁에서 머무르고 있다.

◆올 상반기 사망사고 34건..범현대家 ‘불명예’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위 100대 건설사의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건설 및 공사현장 사망사고 소식은 1분기 14명, 2분기 20명 등 총 34명이다.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HDC현대산업개발로 총 9명이다. 이어 ▲태영건설 4명 ▲대우건설 3명 ▲현대·롯데·삼성물산·DL건설 각 2명 등이다.

이밖에 효성중공업과 두산건설, 대방건설, SGC이테크건설, 대보건설, 동양건설산업, GS건설, 한라, 금강주택, 양우건설에서 각 1명씩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사고를 낸 HDC현산의 경우 6월9일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장에서 건물 철거 작업 중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다. 2개월에 걸친 조사 결과 끝에는 해체계획서의 부실 작성과 승인, 공사현장 안전관리와 감리업무 미비, 불법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저가공사 등이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고용부의 특별관리감독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6월5일 경기도 고양 현대건설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굴착기에 깔려 사망한 것.

이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달 20일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 개포동 주공1단지를 방문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의 안전경영 의지 부족을 저격했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고용부가 현대건설 본사를 비롯해 전국 68개 현장을 특별감독한 결과를 보고 받고 “건설업이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의 절반을 웃도는 등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현대건설의 안전관리 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감독 결과는 충격적”이라면서 “현장의 추락, 전도 재해는 예방 가능한 후진적 산재로, 현대건설은 현장에서 추락 및 전도방지조치 미실시가 적발된 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별감독 결과 드러난 현재의 안전관리 수준으로는 내년에 시행될 중대재해법의 처벌을 피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현대건설은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정부도 ‘책임’

상반기 건설 및 공사 현장의 계속되는 사망사고는 건설사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산재 사망자 절반 감축 등 산업안전 강화를 약속했기 때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의 원청·하청업체 산재 발생 건수는 2017년 812건에서 지난해 1705건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0대 건설사 원·하청업체의 산재 사망사고 내역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작업 수칙을 위반해 발생한 후진국형 인재다. 하청 근로자 수는 늘어난 반면 원청의 현장 관리 및 감독 여건이 제대로 뒷받침해 주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건비를 기초로 부과된 10대 건설사의 원·하청 산재보험료 징수 현황은 2017년 2768억원에서 지난해 3820억원으로 38.2% 늘었기 때문. 고용부 최근 3년간 재해조사의견서도 공사규모 120억원 이상의 건설현장에서 산재사고 사망자 90%는 하청근로자로 조사됐다.

임 의원은 이와 관련, “정부는 노동자들의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동자와 국민의 편에 서서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 투자를 확대해 산업재해 사고의 발생률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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