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난 29일 개정안 본회의 상정 강행 철회
文 대통령 신중론·국제사회 반대여론 등 영향 관측
국회 내 특위 구성..미디어제도 전반 개선점 논의

[공공뉴스=유채리 기자] 지난달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본회의 상정이 한 달 유예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여야는 ‘8인 협의체’를 구성해 수차례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그러나 공회전을 거듭한 끝 결국 연말까지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 처리를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강행 처리를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중한 입장을 밝혔고, 국제사회와 당내 반대 목소리 등이 민주당의 ‘일단 후퇴’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언론중재법 관련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은 지난 29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여야는 국회 내 ‘언론·미디어제도 개선 특별위원회(언론특위)’를 구성해 오는 12월31일까지 언론중재법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신문진흥법, 방송법 등 미디어제도 전반의 개선점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 후 이 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언론특위는 여야 동수 18인으로 구성된다.

윤 원내대표는 “그동안 언론인 현업 단체나 시민사회,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요청이 있었다”며 “국회가 언론중재법만 먼저 논의하는 데 대해 문제 제기도 있어 야당과 함께 특위를 구성해 언론 전반에 관한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동 기간 사이에 최대한 협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최대한 대화와 합의를 통해 국회를 운영한다는 기본 원칙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고심 끝 서로의 입장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국면은 당분간 휴지기에 들어서게 됐다.

한편,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가 순연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31일 여야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이달 27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각 2인, 양당이 추천하는 전문가 각 2인이 참여하는 ‘여야 8인 협의체’를 구성, 논의를 거친 뒤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달 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어진 협의에서 결론적으로 여야는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특히 여야 합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독자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입장을 선회했고, 여기에는 청와대의 신중 기류, 언론계와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의총에서도 개정안 강행 처리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3일 미국 순방을 마친 뒤 귀국길 기내 간담회에서 “지금 언론이나 시민단체나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 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언론단체도 최근 성명에서 “8인 협의체는 여당에는 강행처리의 명분으로, 야당에는 대선용 강경투쟁의 명분 쌓기만 될 뿐 언론자유와 사회적 책임 강화, 언론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없는 장치”라고 주장했다. 

언론단체는 “정치권이 이제라도 민주주의 역행의 폭주를 멈추고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을 통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에 화답한다면 현업 언론인들은 무너진 언론 신뢰 회복과 피해자 구제 강화를 위한 법 제도 개선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역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7월 말부터 이어지던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이 두 달 만에 멈춰선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향후에도 여야 간 합의 도달은 미지수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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