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 시공권 진흙탕 수주경쟁..‘시평 2인자’ 이겨도 져도 결국 ‘부담’
1위 브랜드 ‘힐스테이트’ 앞세워 공략, 살인기업·불법의혹 등 악재에 발목
‘35년 건설 전문가’ 윤영준 vs ‘첫 수주 목표’ 박경일..막상막하 승기 잡기

[공공뉴스=이민섭 기자] 연내 시공사 선정을 앞둔 경기도 안산시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의 경쟁 과열이 심상치 않다.

현대건설이 경쟁사에 대한 악의적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해당 사업지 빌라에 다량 유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추가 이주비 지원’을 두고 위법성 논란이 제기된 것.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양측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그러나 현대건설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와 아파트 브랜드 가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SK에코플랜트보다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

양사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조합원들의 표결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인 가운데 시평 2위 현대건설이 시평 10위의 SK에코플랜트를 만나 버거운 승부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공공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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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비방 의혹..고잔연립3구역 진흙탕 경쟁 심화

2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열린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사업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이 참석했으며, 입찰 마감 결과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의 맞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고잔연립3구역 재건축사업은 안산시 고잔동 일원 대지면적 3만9456.30㎡에 지하 3층~지상 35층 아파트 13개동, 1145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번 재건축사업에 SK에코플랜트는 프리미엄 브랜드 SK리더스뷰를, 현대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 대신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적용한 힐스테이트 라치엘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표면적 조건에서는 SK에코플랜트와 차이가 많지 않지만 최상의 사업 조건을 제시했으며, SK에코플랜트는 사업 참여 제안 조건에 내놓을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치까지 내놨다는 게 업계 일각의 평가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사업이 부진하자 도시정비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코로나19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커진 가운데 건설사들의 국내 정비사업 위주 수주가 불가피해 향후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고잔연립3구역에서도 과열 양상이 나타난 모습. 현대건설이 경쟁사를 비방하는 문건을 제작, 유포하는 등 흑색선전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달 말 SK에코플랜트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 내용만을 발췌해 만든 불법 유인물이 배포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유인물 유포자에 대해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유인물 배포시기로 추정되는 당시 CCTV 영상을 확보하고 관계자들을 소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 구역에서 SK에코플랜트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유인물 제작 배후를 두고 의혹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공공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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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건설 전문가’ 윤영준 체면 챙길까?

현대건설은 올해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국내 24개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빅데이터 평판 분석 결과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가 1위에 자리한 상황.

여기에 지난달 말 충남 아산 용화주공 1단지 재건축정비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도시정비사업부문 수주액 3조원을 돌파하며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처럼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가치와 사업성과 등을 봤을 때 이번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그러나 앞선 경쟁사 비방 의혹을 비롯해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 등은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현대건설은 국토부가 매 분기별 발표하는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에 1분기 1명, 2분기 1명, 3분기 2명 등 총 4명이 사망하는 등 시평 순위에 걸맞지 않은 ‘안전불감증’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욱이 2분기 사망사고와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특별점검을 받았다. 그 결과 14개 현장에서 18개의 지적과 현지 시정 18건이 이뤄졌다.

특히 이 같은 수주 실적을 이끌어낸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 35년간 건설업계에 몸담아 온 전문가로 도시정비사업 부문 수주 3년 연속 1위 달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수주전에 의욕적으로 뛰어드는 반면,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성과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시공능력평가 10위로 현대건설과 체급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고잔연립3구역에 공을 들여온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SK에코플랜트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박경일 사장이 첫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5년 건설 전문가’ 윤 사장이 만약 수주전에서 승기를 잡지 못할 경우 상당히 체면을 구기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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