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업단, 15일 0시 기점 공사 현장 출입통제 및 인력·장비 철수
5600억 증액 놓고 대립..조합 “10일 이상 중단시 계약 해지” 맞불
‘공정률 52%’ 초유의 공사 중단..1만2032가구 분양 차질 불가피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15일 끝내 멈춰섰다. 

해당 사업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 측은 그동안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상황. 그러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공사 중단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지난 2020년 2월15일 착공했으며, 공정률은 52% 수준이다. 공정률이 절반을 초과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5일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중’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이날 0시를 기점으로 공사 현장에서 모든 인력 및 장비를 철수시키고 출입을 통제했다. 

시공사업단은 입장문에서 “빠른 입주를 위해 현재까지 여러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약 1조7000억원의 외상 공사를 진행했다”며 “공사비와 별개로 시공사업단의 신용공여(연대보증)를 통해 조합 사업비 대출 약 7000억원도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합이 공사 근거가 되는 공사 도급 변경 계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더는 공사를 지속할 계약적·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강동구 둔촌동 일대에 기존 593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상 최고 35개층, 85개동, 1만2032가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조합원만 6100여명, 일반분양 물량도 4786가구에 달한다. 

해당 사업지는 2016년 당초 공사비 2조6000억원 규모로 계약됐다. 이후 2020년 6월 시공사업단과 전임 조합 집행부는 가구 수를 기존 1만1106가구에서 1만2032가구로 늘리고, 아파트 자재를 고급화하는 등 내용을 담아 공사비를 3조2000억원으로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5600억원의 이 공사비 증액 계약은 시공사업단과 현재 조합 집행부 간 갈등의 불씨가 됐다. 

조합은 해당 계약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당시 시공사업단이 전임 집행부와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이 한국부동산원의 감정 결과를 반영한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조합장 해임 당일 증액 계약이 맺어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와 관련, 조합은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화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가 15일 중단됐다. <사진=뉴시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가 15일 중단됐다. <사진=뉴시스>

반면 시공사업단은 계약이 조합 총회 의결을 통해 맺어졌고 관할 구청의 인가를 받아 유효하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와 강동구청은 시공사업단과 조합 간 갈등 봉합을 위해 수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시공사업단은 이번 공사 중단 사태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유감을 표하면서, 현재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조합은 ‘계약해지’ 카드를 꺼내들며 시공사업단의 공사 중단 결정에 맞불을 놓은 상태다. 

공사 중단 하루 전인 14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공사 중단 기간이 10일 이상 계속되면 계약 해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시공사업단 조건부 해지 안건의 총회 상정안’을 가결시킨 것. 조합은 오는 16일 총회를 열고 안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계약이 해지될 경우 조합은 당장 7월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비 대출액(7000억원)을 해결해야 하고, 1조2800억원 규모의 이주비 대출액 부담도 떠안게 된다.

대출 규모 2조원의 연 이자 부담만 800억원이다. 결국 조합원들의 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미 총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투입된 공사에서 시공사를 바꿀 경우 조합은 이 공사비도 정산해줘야 한다. 공사도 지연돼 분양 일정, 내년 8월 입주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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