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보고서 “美 중간선거 이후 IRA 적용 유연화 가능”
美 지자체·의원들과 협력 절실..수출 비중 높아 명운 걸려
FT, 한국 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 전망도 제시

[공공뉴스=임혜현 기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둘러싸고 한국 자동차 기업에 미칠 여파가 시선을 끌고 있다.

이 법은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과 장기적으로 우려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2, 3년 전만 해도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적어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는 미국보다는 유럽에 집중했는데,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바뀐 바 있다. 

하지만 IRA가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새롭게 떠오른 이 거대 시장을 놓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4일 미국의 IRA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에 대해 성과를 이끌었다고 언급, 관심을 모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전기차 관련 여파 관련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끈다. 사진(가운데)은 자동차 산업전략 원탁회의에서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의 모습.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전기차 관련 여파 관련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끈다. 사진(가운데)은 자동차 산업전략 원탁회의에서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의 모습.

수출 타격 이미 현실로? 미국 내 판매 축소 감지

IRA 효과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전기차 관련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9월26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보면 8월 우리나라의 대미 전기차 수출금액은 1억5700만달러, 수입액은 3억9500만달러로 2억3800만달러 적자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불거지기 직전인 2019년만 해도 한 해 전체 미국산 전기차 수입금액이 3억달러를 갓 넘겼지만 수입이 크게 늘며 적자 폭을 키운 셈이다.

IRA는 8월16일 시행됐으므로 이 통계엔 새 법 효과가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IRA 시행 본격화 이후인 9월부터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에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차 아이오닉5 판매량은 1306대로 전월 대비 14% 감소했고 기아 전기차 EV6 지난달 판매량은 1440대로 전월보다 22% 줄었다. 

아이오닉5. <사진제공=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제공=현대차>

코트라, 유연화 가능성..외신 타국 업체도 혜택 어려워

코트라 위성틴무역관은 3일(현지시간) 배포한 경제통상 리포트에서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IRA에 담긴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이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트라는 미국 인프라법 상황을 이런 전망의 근거로 들었다. 인프라법은 일명 ‘바이 아메리카’ 정책, 즉 자국산 우대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인프라법마저 수요 충족에 실패하면서, 일부 후퇴 조짐이 보인다는 것. 

코트라는 자국산 건축 자재 우대 규정 한시적 후퇴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서의 자국산 우대 한시적 면제 추진 등 상황을 소개했다. 

이를 놓고 인프라법 문제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상황을 그대로 대입하는 건 무리라는 우려가 일각에선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이 야심차게 자국 우선주의를 추진했지만 국내 수요를 모두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각종 비용 증가, 타국들의 반발로 인한 무역 마찰 우려 등도 두 법의 공통 문제라는 점도 전망 근거로 두 법을 묶어 보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코트라는 이런 배경을 토대로 11월 중간선거 이후 IRA 전기차 원산지 제도가 일부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달 27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는 한국 기업의 IRA 타격 가능성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컬럼이 실리기도 했다. 

크리스찬 데이비스 FT 서울지국장은 “IRA 입법이 현대차에만 피해를 줄 것인지도 불확실하다”면서 그 논거로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할 요건이 많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조차 무조건 혜택을 받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네시스 G80 전기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각국이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의 키워드인 전기차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뜻대로 관철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네시스 G80 전기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각국이 자동차 패러다임 전환의 키워드인 전기차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뜻대로 관철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외신, 미국 업체도 수혜 어렵다 전망..공은 한·미 정치권으로

이런 가운데 전기차 등 각종 수출·입 문제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련 발언이 나온 상황이므로 관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것.

이 장관은 이날 국회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IRA법은 지난 미국 순방기간 중에 상무장관과 의원들을 만나 우리기업에 대한 차별 반대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성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IRA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지아에 지역구를 둔 래피얼 워녹 미국 연방 상원 의원은 최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IRA 시행 과정에서 현대차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 달라고 촉구하고, 한시적 유예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IRA 적용의 유예를 얼마나 연장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미국 현지에 짓는 전기차 공장은 2025년경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골든타임 확보 여부에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산업 전반의 명운도 걸려 있다.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만 해도 1% 수준(금액 기준)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15%에 육박한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기업들과 손발을 맞춰 사활을 건 전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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