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중기중앙회 5인 이상 1035개사 대상 기업 인식도 조사
“대응능력 충분” 응답 기업 10곳 중 단 1곳..81.5% 개선 필요

[공공뉴스=정진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돼 300일이 지났지만 기업 대부분이 대응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또는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됐으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오는 2024년 1월26일까지 적용이 유예된 상태다.

<사진=공공뉴스DB>
<사진=공공뉴스DB>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5인 이상 기업 1035개사(대기업 88개사, 중소기업 94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해 알고 있으나 모든 의무사항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은 38.8%에 불과했다. 

중대재해법상 대부분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용하고 있다. 산안법상 의무 조항은 1222개에 달한다. 중대재해법에 규정된 안전·보건 관계법령 범위가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모든 의무를 인지하길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 10곳 중 1곳에 해당하는 13.6%만 중대재해법 의무에 대한 대응능력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대응능력이 ‘부족하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은 86.4%로 집계됐다. 대응능력이 부족한 이유로 ▲전문인력 부족(46.0%)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6.8%) ▲과도한 비용부담(24.5%) 등을 꼽았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전문인력 부족(47.6%)를, 대기업은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50.6%)을 선택했다. 

또한 중대재해법이 기업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1.7%에 달했다. 긍정적인 영향(29.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경총은 “중대재해법 시행이 안전투자 확대 등과 같이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무거운 형벌조항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위축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능력에 대한 응답.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능력에 대한 응답.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중대재해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은 81.5%였다. ‘필요하지 않다’는 10%에 그쳤다. 

개선방향으로는 법률 폐지 및 산안법 일원화가 40.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법률 명확화 등 법 개정(35.4%) ▲처벌수준 완화(20.4%) 등 순이었다. 

아울러 현재 2년 간 유예 중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해 89.8%는 유예기간 연장 또는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봤다.  

소기업의 경우 열악한 제반사정으로 인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역량이 부족한 가운데 법 적용 시기인 2024년까지 법령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산재 예방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후속조치 과정에서 중대재해법 모호성과 과도한 형사처벌을 개선하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수준 등으로 인한 혼란과 애로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인적·재정적 여력이 매우 부족한 여건에서 법 적용 전에 중대재해법상 의무사항을 모두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무리한 법 적용으로 범법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시설개선비 지원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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