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지혜와 영리함 지닌 동물..성장·행운의 상징
경기 불확실성 확대 관측 속 ‘강단의 리더십’ 기대
반도체 투톱 경계현-박정호 등 63년생 대거 포진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앞두고 우리나라 경제계를 이끄는 토끼띠 기업인들의 경영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토끼는 십이지(十二支) 중 네 번째 동물. 깊은 지혜와 영리함을 지닌 동물이며 다산과 성장, 풍요, 장수, 행운의 상징으로 꼽힌다. 

토끼띠는 겉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보이는 온순형이지만, 내적으로는 강기질이 담겨 있는 외유내강형이 많다. 또 사업에 대한 날카로운 안목을 지니고 있어 사업가로 출세한 사람이 많다고도 알려져 있다. 

내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토끼띠 기업인들이 어떤 지혜와 통찰력을 발휘하며 강단의 리더십을 선보일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왼쪽), 권오갑 HD현대 회장 <사진=뉴시스>
구본준 LX그룹 회장(왼쪽), 권오갑 HD현대 회장 <사진=뉴시스>

◆경기 불확실성 속 든든한 재계 어른들

토끼띠는 1927년생, 1939년생, 1951년생, 1963년생, 1975년생, 1987년생 등이다.

2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고령 토끼띠 기업인은 1927년생인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이다. ‘박카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강 명예회장은 재직기간만 63년에 달하는 제약업계 원로이자 산증인이다.  

지난 2017년 강 명예회장의 4남인 당시 강정석 부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하며 강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39년생 토끼띠는 손경식 CJ그룹 회장 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강병중 넥센·넥센타이어 회장, 최삼규 이화공영 회장 등이 있다. 

손경식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고, 2018년 3월 경총 회장에 처음으로 오른 뒤 올해 2월에는 3연임에 성공해 2024년까지 회장직을 이어가게 됐다. CJ 회장으로서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경제단체 회장으로서 기업인들의 목소리까지 챙기는 경륜이 풍부한 재계의 원로다. 

구본준 LX그룹 회장과 권오갑 HD현대 회장,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이화영 유니드 회장, 권원광 교촌그룹 회장, 박우동 풍산 대표이사 사장 등은 1951년 동갑내기다. 

구 회장은 지난해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추진해 LX그룹을 세웠다. LX그룹은 적극적인 M&A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

구본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 변화를 읽어내는 역량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속도감 있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달 26일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HD현대를 새 이름으로 정하고 새 비전 선포를 통해 향후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권오갑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과거 50년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영광의 역사였다면, 미래 50년은 기술과 환경, 디지털이 융합된 혁신과 창조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왼쪽),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제공=각사>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왼쪽),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제공=각사> 

◆반도체 ‘양대산맥’ 경계현·박정호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경기침체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 속 반도체 산업 하락세가 가파르고, 당분간 반도체 업황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63년생 토끼띠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활약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품목. 때문에 반도체 산업의 양대산맥을 이끄는 두 수장들은 어느 때보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DS부문의 올 하반기 성과급을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이는 등 비용 통제에 나선 상태. 이와 함께 경 사장은 22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도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또 저수익 제품 감산과 사업구조 재편 계획도 밝혔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 박 부회장이 겸직하던 SK스퀘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것도 위기의 반도체 사업 미래전략 구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은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으로 경쟁사들을 따돌려 초격차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경 사장은 9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미디어 투어에서 경쟁사 대비 경쟁력을 강조하며 “기술개발(R&D), 신규 팹 투자 등 개발에 자원을 더 투입해 격차를 늘려 갈 것”이라고 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사진제공=LG생활건강>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사진제공=LG생활건강>

◆LG그룹 첫 女 사장 등 63년생 대거 포진

또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최재원 SK·SK온 수석부회장도 1963년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고전 중이지만, 서 회장은 2019년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면서 창립 후 처음으로 해외 매출 2조원 달성 신화를 쓴 인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생인 최 수석부회장은 2021년 SK온 대표이사로 선임, 지속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이 된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도 1963년생, 토끼띠 CEO(최고경영자) 중 한명이다. LG생건은 원부자재비와 물류비 상승, 중국 시장 위축 등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후’, ‘숨’, ‘오휘’ 등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주역인 이 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만큼 그 역할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이외에도 장동현 SK 부회장 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최준영 기아 부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 강계웅 LX하우시스 대표이사,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등이 있다.

1975년 중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김남호 DB그룹 회장,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이사 등이 포함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내년 경기가 다소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략과 순발력 등이 뛰어난 토끼띠 CEO가 경영 난국을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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