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구직 과정서 개인정보 침해 신고 접수건 총 384건
서류 단계서 불필요한 정보 수집 300건, 면접 단계 84건 접수
현행 채용절차법 면접 과정선 적용 안 돼..개인정보보호 ‘구멍’
‘공정성’ 중시 MZ세대..기업 인재 확보 ‘잡음’ 성장 동력 발목?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채용과정에서 부모의 직업이나 신체 사이즈 등 직무와 관련 없는 사항을 묻는 이른바 ‘채용 갑질’이 법으로 금지됐음에도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년 취업을 두고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취업난이 심화된 상황 속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들의 불만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MZ세대가 경제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시대적 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역행하는 기업의 미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구직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를 겪었다는 내용으로 접수된 신고는 총 384건이다.

이 가운데 서류 단계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건은 300건으로 집계됐고, 면접에서 개인정보를 물어 신고된 건은 84건이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에서는 출신지역 등 그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기초심사자료 때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를 수집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서류평가에서는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되는 것.  

당초 지난 2014년 채용절차법 제정 당시에는 사용자의 거짓 채용, 구인 공고를 금하는 등 절차에서의 공정성 확보가 목적이었다. 이후 2019년 4월 개정된 법률에는 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제4조의3) 등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내용을 포함됐다. 

그러나 면접장에서 면접관이 질의할 경우에는 채용절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면접 과정에서 사용자는 구직자에게 불리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구멍이 있는 셈이다. 

올해 3월 한 은행에서 파견 직원 채용 당시 면접관이 구직자에게 “검정고시 출신인 이유가 무엇이냐” “학교폭력 피해자였던거냐”라는 질문을 했다. 해당 면접관은 아버지의 직업 등 직무와 관련 없는 질문들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고용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인사 노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인사·노무 시 준수해야 할 개인정보 보호 지침을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은 구직자의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에 관한 정보는 수집하면 안 된다고 안내했다.

채용전형에서는 입사지원자가 이 같은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제출하지 않도록 사전에 안내해야 하고, 합격여부는 당사자에게 직접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어 면접에서 개인정보가 과다 수집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정부는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인사·노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개인정보위와 고용부가 논의해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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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고용동향’ 자료에서 국내 전체 취업자 중 33.1%가 MZ세대로 집계된 것처럼 현재 20·30대 MZ세대들은 경제 주축으로 떠오른 상태.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로, 많은 기업들도 젊어진 구성원 변화에 발맞춰 내부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들에게 ‘공정성’은 특히나 중요한 원칙 중 하나. 학창시절에는 입시로, 이후에는 취업으로 이미 치열한 경쟁을 겪어온 이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채용, 직장 내 불평등은 상당히 불편한 이슈다.

실제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 수는 9만명 가까이 줄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심화되는 취업난 속에서 공정을 외치는 청년들의 요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불합리한 것을 참기보다 변화를 강조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래먹거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은 성장의 새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까닭. 

다만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의 가치’를 저버리게 된다면 향후 기업의 성장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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