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외 식료품물가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경제전망보고서
기상이변·흑해곡물협정 중단·일부 국가 식량수출 제한 등 리스크 ↑
“국내 물가 안정 늦출 가능성..식료품물가 흐름·영향 면밀히 점검해야”

공공뉴스=정진영 기자 최근 기상이변과 흑해곡물협정 중단 등으로 국제식량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국내 식료품물가 안정을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한국은해은 28일 ‘국내외 식료품물가(food inflation)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제하의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집중호우 폭염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 과일 등 농산물가격이 전월대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데다 기상이변, 흑해곡물협정 중단,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제한 등이 겹치면서 식료품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물가 추이는 최근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팬데믹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가격상승도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가격이 팬데믹 초기 식료품지출 증가, 국내 기상여건, 악화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가공식품가격은 지난해 이후 국제곡물가격 급등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국에서도 지난해 이후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
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식료품발(發) 물가 불안(agflation·애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로지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의 직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또 인건비 등 투입 비용 상승이 더해지면서 식료품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최근 역내 인플레이션의 약 35~40%를 설명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식료품물가가 3월 19.2% 상승해 4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식료품물가는 최근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10% 이상 급등하면서 누적된 가격상승의 폭이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높은 상승세는 국별 여건 외에도 글로벌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데 기인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요인으로는 팬데믹에 따른 공급병목, 러-우 전쟁 이후 곡물·비료 공급 차질, 각국의 식량 수출 제한,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식료품물가의 상방 압력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

한은은 식료품물가 상승 요인 분석을 위해 50개국의 대이터를 이용해 글로벌 공통 요인과 나라별 고유 요인으로 분해했다. 그 결과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주로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다른 품목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등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한은은 “향후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오름세 둔화 속도는 더디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각국 경제가 팬데믹으로부터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비용측면의 압력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최근 흑해곡물협정 중단, 인도 쌀 수출 중단 등에 따른 식량안보 우려 등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주요 기관들도 글로벌 곡물수급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당분간 타이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국제곡물가격의 하락폭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엘니뇨, 이상기후 등이 국제 식량 가격의 가장 큰 상방 리스크로 잠재해 있다. 올해 중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곡물 주산지의 기상이변과 농산물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엘니뇨 기간 이후에는 국제식량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 상승할 때 평균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 식량 가격이 5~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곡물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 식량 가격 변동이 국내 물가에 크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국제 식량 가격은 국내 가공식품 가격 및 외식 물가에 시차를 두고 파급되는데, 국제식량가격과의 시차상관관계를 보면 가공식품은 11개월 후 외식 물가는 8개월 후에 파급 효과가 최대로 나타나며 국제 식량 가격 급등기에는 파급 시차가 단축되는 경향이 있다.

한은은 “가공식품 등 식료품과 외식 물가의 경우 하방경직성과 지속성이 높고 체감물가와의 연관성도 높아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향후 국내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담이 증대되고 실질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식료품물가의 흐름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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