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포장업무 인력 부족에 사무직 직원들 강제 투입 ‘시끌’
회사 측 “불만 인지 못해..타 부서 포장업무 지원 완전 종료”
실적 하락세 속 매년 고액 배당금 지분 100% 오너 주머니로
정부, 규제 사각지대 중견기업에 칼끝..사익편취 정조준 ‘부담’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친환경 화장품 기업 시드물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명절이나 할인 이벤트 발생 시 사무직 직원들을 강제로 택배 포장업무에 투입하는 관행이 지속됐다는 불만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되며 이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특히 강제 업무 지원과 그에 따른 어떠한 보상도 없었지만, 오너가 ‘지원자에 한해 지원받고 지원 수당 10만원 지급’을 최종 포장업무 지원 정책이라고 밝히면서 공분을 더욱 키운 모습이다.

이에 대해 시드물 측은 <공공뉴스>에 타 부서 직원들의 택배 포장업무 투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직원들이 불만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 최근 추석 포장 지원에 투입된 직원들에게는 수당 지급을 완료하고 업무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장 내 갑질 근절이 이미 사회적 현안이 된 상황에서 보상 없는 강제성을 띈 업무 지원이 직원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 

최근 몇 년 째 회사 실적이 감소한 와중에도 오너가는 넉넉한 배당금을 챙기면서, 정작 부족한 인력 확충 없이 직원들만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분위기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견 기업집단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등 정부가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중견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장품 중견업체인 시드물도 그 칼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사진=시드물 홈페이지 캡쳐>
<사진=시드물 홈페이지 캡쳐>

◆포장업무에 사무직 직원들 강제 동원 ‘뭇매’

12일 시드물에 따르면, 최근 추석 명절 이후 타 부서 포장업무 지원 과정에서 사측의 지원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실제 시드물 직원으로 추정되는 A씨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한 회사의 대표가 거짓말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다”라며 불만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내가 다니고있는 이 회사는 명절, 연휴, 할인 이벤트 등 택배 물량이 상시보다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사무직 직원들을 택배 포장에 투입한다”며 “택배 포장팀 인원을 빡빡하게 유지하며 당일배송은 하겠다는 아집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각 팀별로 1명씩 돌아가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택배 포장업무에 투입된다.

문제는 직원들은 강제적으로 지원을 나가야했으며,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이뤄져 왔다는 것.

특히 추석 연휴 전 몇몇 팀이 본사와 20분 거리의 도심지로 이전한 뒤 본사 내 사무직 인원이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자 사측은 당일배송 원칙을 고수하면서 도심지 이동 인원을 제외한 본사 직원들에게 ‘각 팀별로 2명씩 하루 2회 지원’이라는 공지를 내렸다고 A씨는 분노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단독주주이자 전 대표인 민원기씨의 블로그 글을 캡쳐해 올리고 “나는 이 글을 보고 모멸감이 들었다”고 적기도 했다. 

회사가 ‘지원자에 한해 업무시간 안에 지원받고, 지원 수당으로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A씨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회사 대표가 거짓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직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대외적으로는 이미지 챙기고 싶고, 고객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충성을 원하면서 직원은 등한시한다”고 비판했다.  

민원기씨는 시드물 창업주 민중기씨의 형이다.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이 회사 대표자는 민중기씨로 표기돼 있지만, 법인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두 사람의 부친인 민병권씨가 지난해 6월20일자로 대표에 올라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시드물 강제 포장업무 지원 불만글(왼쪽)과 시드물 최대주주가 12일 블로그에 올린 포장 업무 지원 종료글. <사진=블라인드, 네이버 블로그>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시드물 강제 포장업무 지원 불만글(왼쪽)과 시드물 최대주주가 12일 블로그에 올린 포장 업무 지원 종료글. <사진=블라인드, 네이버 블로그> 

◆실적 하향세에 오너는 배당금 ‘두둑’..직원은 뒷전?

시드물은 유명 화장품 기업들에 밀리지 않는 품질 경쟁력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실적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매출액은 2020년 483억5000만원, 2021년 419억9000만원, 2022년 382억7000만원 등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23억3000만원에서 180억원, 146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020년 188억6000만원, 2021년 148억9000만원, 2022년 129억3000만원 등을 기록했다.  

이처럼 실적 하향세에도 배당금 지급은 꾸준히 이뤄졌다. 2020년 80억원(배당성향 42.40%), 2021년 155억원(104.07%), 2022년 20억원(15.46%) 등 매년 지급된 거액의 배당금은 사실상 이 회사 주인인 민원기씨에게 고스란히 돌아간 셈이다. 

회사 성장이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오너가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한 채 내부 직원들의 불만 목소리는 나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드물은 ‘사람 중심’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영 철학도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시드물 관계자는 <공공뉴스>에 “(포장업무 지원 자체에)직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줄 알지 못했다”며 “불만 인지 후 지원자를 받아서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변경했는데, 최근 담당자가 바뀐 후 수당 지급 등 부분이 누락돼 또 불만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타 부서)직원들이 포장업무 자체를 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논란 관련 본지 취재 이후 민원기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포장 업무 지원 종료와 관련된 글들이 잇달아 게재됐다. 

민씨는 “앞으로 포장팀 지원이 필요하지 않도록 인원을 늘리고, 일시적으로 물량이 많아질 때를 대비해 필요할 때 바로 지원 가능한 예비 인력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는 절대로 다른 팀에게 업무시간 내 포장팀 지원 요청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시드물 최대주주로서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미숙한 운영으로 마음 섭섭하게 해드린 점 미안하다”고 직원들에게 사과의 뜻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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