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재탄생한 사고 현장
“매출도 손님도 많이 줄어” 타격 입은 이태원 상인들
현재 매출 70% 가량 회복..27~31일 휴업하는 가게도

159명의 희생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 벌써 꼭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한민국을 슬픔에 빠트린 1년 전 그날의 기억은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 아직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그날의 참사는 이태원1동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지역 상인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조성해 참사가 잊혀지지 않기를 염원했고, 정치권에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이제 이태원1동 상권의 매출도 서서히 회복되는 중이다. 2023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는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공공뉴스>는 추모의 목소리를 따라 이태원 참사의 시작과 현재를 짚어보기로 한다. <편집자註>

<공공뉴스>가 지난 25일 저녁 찾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초입구 모습. 평일 저녁이지만 이태원 참사 전보다는 매우 한산한 분위기였다. <사진=김민성 기자/공공뉴스DB>
<공공뉴스>가 지난 25일 저녁 찾은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초입구 모습. 평일 저녁이지만 이태원 참사 전보다는 매우 한산한 분위기였다. <사진=김민성 기자/공공뉴스DB>

공공뉴스=정혜경·김소영·김민성 기자  이태원 참사로 인해 큰 아픔을 겪은 것은 참사 생존자, 희생자의 유가족뿐만이 아니다. 이태원1동에서 생겨를 꾸려오던 상인들 역시 씻지 못할 상처를 얻게 됐다.

참사 이후 서울시는 상권 회복 상품권을 발행하고 이태원 방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이에 따라 이태원1동 상권의 매출은 70% 가량의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이태원 상권 활성화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참사를 기억할 수단을 남겨두지 않는 방향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아픔 딛고 활기 찾은 이태원 상권 

지난 25일 오후 <공공뉴스>는 이태원역 인근 거리를 직접 찾았다. 오후 6시 경 다소 한산했던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시간이 지나며 유동인구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거리를 구경하거나 식사를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해당 거리에 위치한 가게들에선 핼러윈 관련 장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들 중엔 이달 27일부터 31일까지인 핼러윈 기간에 가게 휴업을 결정한 이들도 있었다.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인근에서 10년 가량 사주카페를 운영한 상인 A씨는 핼러윈 관련 장식품을 내건 가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취재진의 물음에 “당연히 안 한다”라며 “저희도 27일부터 31일까지 휴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 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며 “코로나 유행 이후 상권이 다소 살아났나 싶었는데, 사건 발생 이후 다들 힘들어 한다”고 토로했다.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할랄푸드 전문점을 운영하는 상인 B씨 역시 참사 이후 일평균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취재진에 어려움을 전했다.  

B씨는 “1년 전에 비해 매출도, 손님도 많이 줄었다”면서 “다행히 지금은 다소 회복됐지만, 참사 이전만큼 좋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가게 일매출이 250~300만원 이었는데, 지금은 평균 150~200만원으로 줄었다”며 “지난해 핼러윈 대목에는 정말 바빴다. 일 매출이 500만원 가까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핼러윈 기간에는 예년처럼 바쁘진 않을 것 같고, 손님들도 많지 않을 듯하다”며 “아마 올해 이 거리에 위치한 가게들 전체의 매상이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뉴스>가 지난 25일 저녁 찾은 서울 용산 이태원역 사고 현장 골목길.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지만 시민들의 통행은 잦지 않았다. <사진=정혜경 기자/공공뉴스DB>
지난 25일 저녁 <공공뉴스>가 찾은 서울 용산 이태원역 사고 현장 골목길. 골목 윗 부분에는 보라색 별 모양 전등이 걸려있다.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지만 시민들의 통행은 잦지 않았다. <사진=정혜경 기자/공공뉴스DB>

◆ ‘상권 회복’과 ‘참사 기억’ 함께 해야 한단 지적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이태원1동의 유동인구는 지난해 10월4주차 대비 75.6%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태원1동의 신한카드·상품권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매출액은 지난해 10월4주차 대비 76.3% 수준의 회복세를 보였다.

그간 서울시는 이태원 방문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실내음악회, 버스킹 등의 문화·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326억원 어치의 이태원 상권 회복 상품권도 발행해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해 힘썼다.

일각에서는 이태원 상권 회복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참사를 더 기억할 수 있게 할 것이냐’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출간된 이태원 참사 생존자·희생자 형제자매 구술기록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에는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심나연씨의 사례가 실렸다.

심씨는 자신이 일하던 레스토랑에 대해 9~10월이 가장 성수기였지만, 지난해 참사 이후 저녁부터 레스토랑 예약이 전부 취소됐다고 밝혔다. 

올해 여름에는 매출이 거의 회복됐지만, 심씨는 “참사가 일어난 적이 없다는 듯한 이태원 활성화 캠페인이나 갑자기 축제를 여는 식의 사업들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상인들에게 이태원은 떠날 수 없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이태원 상권 활성화는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참사를 ‘그냥 없었던 일처럼 덮어버리고 기억할 수 있는 수단을 남겨두지 않는 방향은 지양돼야 한다’는 것.

최근 이태원에서는 이 같은 바람을 반영한 움직임이 이뤄져 시선이 쏠린다.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 골목길이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재탄생한 것.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0m 가량 떨어진 사고 골목길 입구에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란 표지판이 세워졌으며, 길 입구 바닥면에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골목 입구 오른쪽 벽면엔 시민들의 추모 쪽지가 붙었으며, 그 옆으로 게시판 3개가 나란히 설치됐다. 게시판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추모 사진 작품·글 등이 담겼다. 

<공공뉴스>가 지난 25일 저녁 찾은 이태원 해밀톤 호텔 서쪽 골목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장소이기도 한 이곳 벽면에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사진=정혜경 기자/공공뉴스DB> 
<공공뉴스>가 지난 25일 저녁 찾은 이태원 해밀톤 호텔 서쪽 골목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장소이기도 한 이곳 벽면에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사진=정혜경 기자/공공뉴스DB> 

◆ 사고 현장, ‘기억과 안전의 길’로 재탄생

이달 26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해당 골목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의미를 전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이 곳은 2022년 10월29일 밤 즐거운 일상을 보내다가 서울 한복판 골목에서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곳”이라며 “또한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안전을 다짐하기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사 현장 골목은 1주기가 다가오기까지 미끄럼 방지 목적의 도로포장 외에 제대로 된 정비 한 번 되지 않았다”며 “기억하고 함께 슬퍼하기 위해 찾아온 시민분들만이 이 골목을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 유지시켜주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기억과 애도에 더해 안전의 공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며 “모두가 안전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저희 유가족이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서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처리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참사 이후에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참사 현장에 만들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며 “이제는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모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과정은 어디까지나 중간 과정”이라며 “특별법이 지금은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지만,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추모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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