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서든 데스’ 카드..대대적 인적 쇄신 단행
그룹 ‘2인자’ 사촌 최창원, 부회장 4인방 일선 후퇴
계열사 7곳 CEO 교체..‘최태원 장녀’ 최연소 임원

공공뉴스=이민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 데스(돌연사)’ 위험성과 ‘젊은 리더십’을 언급하며 인적 쇄신을 예고한 가운데 SK그룹이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0월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서든 데스’ 카드를 꺼냈다. 엄중한 경영환경 타개를 위해 발빠른 변화를 강조한 것.  

이에 따라 오랫동안 최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핵심 참모 역할을 해왔던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60대 부회장단이 2선으로 물러나고 젊은 리더들이 전면 배치됐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은 그룹 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얻었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공공뉴스DB>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공공뉴스DB>

◆‘부회장 4인방’ 2선 후퇴..‘최태원 사촌동생’ 2인자 부상  

SK그룹은 2024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7일 밝혔다. 

SK는 이날 그룹 최고 협의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어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하고, 각 관계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대표이사 등 임원인사 내용을 공유 및 협의했다고 밝혔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날 최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 취임에 이어 2017년 중간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SK그룹은 신임 의장 선임에 대해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CEO들의 의견이 모아져 신임 의장에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7개사 CEO를 교체했다. SK 사장에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을, SK이노베이션 사장에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을,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을,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를,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을 선임했다.

또한 SK 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이, SK엔무브 사장에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 온 조대식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김준·박정호 등 ‘부회장 4인방’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거나 자리를 옮긴다.  

박 부회장 퇴진으로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다.  

조 의장은 SK 부회장으로서 주요 관계사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제고,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하며 그룹 성장에 기여할 예정이다.

장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박경일 사장과 함께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부회장)를 맡으며, 성공적 IPO 추진을 목표로 사업영역 고도화 등에 힘쓸 계획이다.

김 부회장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직을 유지한다. 향후 경륜과 경험을 살려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지속해서 기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SK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AI 얼라이언스를 이끌며,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주력한다.

SK그룹은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라며 “부회장급 CEO들은 계속 그룹 안에서 그동안 쌓은 경륜과 경험을 살려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창원 SK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사진제공=SK, SK바이오팜>
(왼쪽부터) 최창원 SK수펙스추구위원회 의장,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사진제공=SK, SK바이오팜>

◆‘오너 3세’ 최윤정 최연소 임원..젊은 리더십 전진배치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최 의장 선임 외에 지동섭 SK온 사장을 SV위원회 위원장에,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 각각 신규 선임했다.

지 신임 SV위원장은 SK온의 배터리 사업을 이끌어 왔다. 정 신임 거버넌스위원장은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을 지냈고,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을 겸임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이번 협의회 인사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SK 관계사들이 ‘또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영 인프라 구축 및 변화관리 구축에 방점을 뒀다.

한편, 이번 인사를 통해 오너가(家) 3세이자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한 점도 눈에 띈다. 

입사 후 7년 만에 임원에 오른 최 본부장은 1989년생으로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다. 

최 본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식 전략팀 매니저(대리급)으로 입사했으며,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21년 7월 복직한 최 본부장은 올해 1월 승진해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을 맡았다. 

최 본부장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신규 투자와 사업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그룹의 전체 여성임원은 이번에 선임된 최 본부장 등 8명을 포함해 53명으로, 전체 임원의 5.6%다. 여성임원의 수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SK그룹의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는 없고, 사장 승진자는 6명이다. 

신규 선임된 임원은 총 82명으로 예년보다 축소됐다. 2023년 145명, 2022년 165명, 2021년 107 등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신규임원 연령은 평균 48.5세로 지난해의 만 49세보다 젊어졌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 관계사가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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