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무자료 유류 304억·가짜석유 44억 적발
탱크로리 6대 분량 유류 첫 압수 조세채권 확보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이모씨와 박모씨는 출소 후 바지사장 명의로 석유판매대리점과 19개의 먹튀 주유소를 설립했다.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자동차용 경유와 무자료 선박유, 값싼 등유를 혼합해 44억원 상당의 가짜석유제품을 제조한 후 일당이 운영하는 19개 먹튀 주유소를 통해 차량용 경유로 속여 판매했다. 심지어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도피자금 1억원을 주기로 하고 ‘대신 처벌받을 사람’ 2명을 포섭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당시 19개의 먹튀 주유소는 이미 폐업한 상태였으나, 실행위자 이씨를 추적해서 관련 세금을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불법으로 면세유나 가짜 석유를 판매한 뒤 거액을 탈세하고 폐업하는 ‘먹튀 주유소’들이 철퇴를 맞았다. 

국세청은 ‘불법 유류 대응 태스크포스(TF)’ 자문과 자체 수집정보를 토대로 지난 9월부터 이달 초까지 먹튀 주유소 등 35개 유류업체를 조사해 무자료 유류 304억원, 가짜석유 44억원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와 함께 탱크로리 6대 분량의 현장 유류를 처음으로 압수해 먹튀 주유소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먹튀 주유소는 면세유나 등유 등을 무자료 매입해 가짜석유를 제조·유통하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차량 손상을 유발시켜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영업하고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무단 폐업하고 있어 세금 징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세청은 이같은  심각성을 인지해 9월 석유관리원, 석유관련 협회, 4대 정유사 등으로 구성된 불법 유류 대응 TF를 발족, 현행 유류 유통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 내용을 토대로 주요 탈루 유형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지방청 소비세팀과 가짜석유조사전담팀을 투입해 ▲가짜석유 제조·판매대리점 ▲명의위장 혐의자 ▲면세유 부정유통 판매대리점 ▲신규 먹튀혐의 주유소 등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차량용 경유에 무자료 선박유, 값싼 등유를 혼합해 44억원 상당의 가짜 석유를 제조한 후 19개 먹튀 주유소를 통해 차량용 경유로 속여 판 일당을 적발했다. 

기초생활조차 힘든 노숙자, 생활빈곤자를 내세워 동일장소에서 먹튀 주유소를 반복 운영한 실행위자도 적발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했다. 

아울러 100억원 상당의 면세유를 무자료 매입해 먹튀 주유소 등에 유통시킨 판매대리점도 덜미를 잡혔다. 

먹튀 혐의가 짙은 개업 1년 이재 신규 주유소 10곳에 대해서는 명의위장 및 무자료 유류 거래 등을 확인하고 즉시 폐쇄 조치해 불법유류 유통 확산을 조기 차단했다. 

특히 조사착수 당일 조세채권 확보를 위해 석유관리원 및 경찰과 공조해 먹튀 주유소 4곳의 현장유류 127㎘(탱크로리 6대, 시가 2억원 상당)를 처음 압류했다. 

주요 조사 사례. <자료=국세청>
주요 조사 사례. <자료=국세청>

국세청은 앞으로 이번 조사 결과로 확인된 불법유류 유통 실태와 현행 대응체계에 대한 진단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시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먹튀 주유소 대응체계를 개편한다. 사업자등록 시 명의위장 여부 검증 강화하고 먹튀장소 재개업자·바지사장 혐의자 등 상시·특별관리, 단속시기를 최대 4개월 단축시킨다.

불법유류의 온상이 되고 있는 면세유 유통의 흐름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13개 기관의 면세유 자료를 전산수·분석하는 ‘면세유 통합관리시스템’을 내년 3월부터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신종 탈세수법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한다. 먹튀 주유소 신용카드 매출채권 압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매출채권 팩토링’ 악용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날 TF 2차 회의를 개최해 이번 조사내용과 향후 대응체계 개편 방안 등에 대해 공유하면서 불법유류에 대한 강력한 대응에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

최재봉 법인납세국장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가짜석유 제조·판매업자, 먹튀 주유소 등에 강력 대응한다는 시그널을 보냈으며 앞으로 대응체계 개선, 신종 조세회피 수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불법유류 대응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세청은 불법 유류 대응 TF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거래 투명성이 낮은 부분을 중심으로 불법유류 유통을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TF 위원들은 국세청의 먹튀 주유소 조사 및 면세유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불법유류 대응 강화에 공감하면서 불법 유류 유통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 확충이 긴요하다고 주문했다.

4대 정유사들은 외항선박에 면세유를 공급하면서 급유대행업체와 판매대리점을 관리·감독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했고 이에 대한 관리방안 및 제도개선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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