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20일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 발표
총 320건 중 178건 조사 완료..117건 부정수급 적발
장기요양환자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률 99% 병폐 확인
이정식 장관 “부조리 발본색원 및 근절 위해 제도 혁신”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사례1. 병원 근로자인 A씨는 집에서 넘어져 다쳤음에도 병원 관계자에게 사무실에서 넘어진 것으로 산재처리를 부탁하며, 공단에 거짓 진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A씨는 요양 신청을 통해 5000여만원을 수령했다. 외부 제보를 받은 고용노동부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확인돼 재해자와 공모자인 병원관계자에 대해 배액징수 및 형사고발 조치했다. 

#사례2. B씨는 추락에 의한 골절 등의 상병을 진단받고 최초 장해등급 및 장해등급 재판정 시 제1급 제8호(척수손상으로 양하지 완전마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평소 혼자 걷는 것을 수차례 목격했다는 제보에 따라 조사한 결과, 전동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것이 확인돼 장해등급 재결정, 부정수급액 배액 징수, 형사고발 등 조치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상보험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상보험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일부터 실시한 감사를 통해 사적으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 중 다친 것으로 조작해 산업재해 승인을 받거나, 산재요양기간 중 다른 일을 하며 타인 명의로 급여를 지급받는 등 다수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이와 함께 6개월 이상 요양환자가 전체 환자의 47.6%, 근로복지공단의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률이 99%에 달하는 등 산재보험 제도의 구조적 병폐도 일부 확인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각종 신고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320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조사가 완료된 178건(55.6%) 중 117건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부정수급 적발액만 약 60억3100만원에 이른다. 

부정수급 적발 금액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장기요양환자를 살펴본 결과 2022년 기준 6개월 이상 요양 환자가 전체의 47.6%, 1년 이상이 29.5%로 장기 요양환자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고용부는 감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으로 하여금 장기요양환자에 대한 진료계획서를 재심사하도록 했으며, 현재까지 419명(27.2%)에 해당하는 장기요양환자에 대해 요양을 연장하지 않고 치료 종결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이는 병원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진료기간을 장기로 설정하고, 승인권자인 근로복지공단이 관리를 느슨하게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진료기간을 포함한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률을 살펴보면 직영병원 99.9%, 지정병원 99.2% 등에 이른다.

또한 “재해자 입장에서는 산재승인이 될 경우 경제적 보상이 상당해 직장 복귀보다는 요양 기간을 늘리고자 하는 유인이 훨씬 컸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산재승인을 받기 위해 20~30개 상병을 한꺼번에 신청하는 등 산재 신청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는 정황도 확인됐다.

산재보험 제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으로, 1964년 7월부터 도입돼 지난 60년간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위한 사업주의 손해배상 및 사회보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해 인정범위를 대폭 확대,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간 업무상 질병에 관한 산재 승인 신청 건은 147%로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업무상 질병을 중심으로 이른바 산재 카르텔, 속칭 ‘나이롱 환자’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업무상 질병은 산재로 승인받기 어렵지만 승인될 경우 경제적 보상이 일반 사고 보상액 대비 1.5배 수준으로 상당해 부정수급 유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고용부는 산재보험 제도와 운영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당초 11월 한 달간 진행 계획이었으나, 부정수급 사례와 함께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기간을 1개월 연장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감시인력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감사 중간결과에서 확인된 각종 부정수급 사례, 제도상 미비점은 산재기금의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해 기금의 재정건정성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감사기간 동안에도 추가 부정수급 사례 및 제도 개선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해 부정수급을 포함한 산재보상 관련 부조리를 발본색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 종료 후에는 산재보험 부정수급을 예방하고 시정하기 위한 현장 감독에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 장관은 “성실히 일하다가 산재를 당해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근로자분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직업재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산재보상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고 산재보상제도가 공정과 상식에 맞게 운영되도록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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