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 중 숨진 채 발견..극단적 선택 추정
억울함 호소,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요청..갑작스런 비보에 ‘충격’
드라마·영화 등 종횡무진 활약..‘기생충’ 주역 사망에 외신도 주목
한예종 입학 동기 “고인 비난 미루고 마지막에 최소한의 예의를”

공공뉴스=김소영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배우 이선균(48)이 27일 세상을 떠났다. 마약 관련 논란이 제기된 지 두 달 만이다. 

이선균은 그동안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숨지기 전날까지 공갈범들과 자신의 주장 사이 신빙성을 가려줄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요청하기도 했지만,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연예계는 충격에 빠진 상태다.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대중에게 ‘믿고 보는 글로벌 배우’로 통했다는 점에서 더욱 침통한 분위기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이 지난 23일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이 지난 23일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이선균 배우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며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소속사 측은 “장례는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선균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12분께 ‘이선균이 전날 집을 나간 뒤 현재까지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매니저의 112 신고를 접수받고 수색에 나섰으며, 이후 차량 안에서 이선균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선균은 유서를 남기고 자택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선균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1975년생인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 출신으로, 1999년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오랜 시간 단역과 조연을 거친 그는 2007년 MBC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의사 최도영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고, 같은해 방영된 MBC ‘커피프린스 1호점’, 2010년 MBC ‘파스타’, 2018년 tvN ‘나의 아저씨’ 등에 출연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에서 활약도 대단했다. ‘일단뛰어’(2002)를 시작으로 ‘화차’(2012), ‘끝까지 간다’(2014), ‘성난 변호사’(2015), ‘미옥’(2016), ’악질경찰’(2017)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코미디와 스릴러, 드라마, 멜로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평가받았다. 

특히 2019년에는 그가 출연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르며 명실상부 글로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잠’이 동시에 칸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공원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차량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이 27일 서울 종로구 한 공원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차량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대 무명과 단역을 거쳐 40대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믿고 보는 배우’의 비극은 지난 10월 시작됐다. 마약 투약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

이선균은 총 3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실장으로 일하는 A씨(29) 등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해당 유흥업소 관련 마약 첩보를 입수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선균의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이선균이 대마초 등 마약을 투약했다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선균은 A씨가 준 약물을 수면제로 알고 투약했을 뿐 마약 투약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또 A씨 등 일당에게 협박을 받아 3억5000만원의 돈을 뜯겼다며 이들을 공갈, 협박 등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선균은 간이 시약 검사와 마약 정밀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23일 진행된 3차 조사는 19시간 동안 이뤄졌다. 이선균은 이날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A씨와 자신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과 관련해 26일 변호인을 통해 경찰에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였다.

한편, 이선균 사망 비보에 방송계와 영화계가 드라마 제작발표회, 영화 인터뷰 등 공식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고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로이터, AP 등 주요 외신도 그의 사망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주목했다. 

이선균의 한예종 동기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선균 친구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 누리꾼은 “짧게라도 글 남기고 싶었던 것은 선균이가 참 착했던 애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라며 “남에게 피해주는 거 싫어하고 업종 선배들에게 예의 있었고, 후배들은 잘 챙기려고 노력했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한계는 있을 것이다. 비난과 시시비비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 미뤄주시고, 한 인간의 마지막에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시면 남은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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