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개정안 국회 통과, 시행령 7월 개정 예정
민법상 혼인, 입양 신고 등에 관한 특례 포함
양자로 입양 신고 못한 이도 할 수 있도록 해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사례1. A씨와 B씨는 제주4·3사건 발생 전인 1947년부터 함께 생활했고 1년 뒤 아이 C를 출산했다. 당시에는 혼인과 출생신고를 제때 하는 관행이 확립되지 않아 이들 부부도 혼인 및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였다. 그러던 중 제주4‧3사건으로 남편 A씨가 사망해 혼인신고가 불가능해졌다. 또 4‧3사건 희생자의 가족으로 기록되면 연좌제 피해를 겪게 될 것을 우려해 B씨는 자녀 C를 남편 형의 자녀로 입적시키고 홀로 C를 양육했다. 

# 사례2. 장남이었던 D씨는 배우자 E씨와 사이에 직계비속 없이 제주4·3사건으로 사망했다. 이에 D씨의 부모와 배우자 E씨는 가계를 잇기 위해 D씨 남동생의 자녀 F를 자신의 자녀로 족보에만 등재하고 양자로 신고하지는 않았다. 이후 F씨는 사망한 D씨를 대신해 사실상 호주역할을 하며 E씨를 부양하고 고인이 된 D씨의 제사, 분묘관리 등을 했으나 법적 양자는 아니므로 희생자 보상금을 상속받을 수 없었다.

2022년 3월29일 제주시 4·3평화기념관에 제주4·3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2022년 3월29일 제주시 4·3평화기념관에 제주4·3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제주 4·3 희생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도 유족으로 인정받게 되는 길이 열렸다.

9일 행정안전부는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는 특례를 담은 법률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과거 4·3사건 희생자와 유족은 사회적 여건상 희생자의 가족, 혈육임을 밝힐 수 없어 가족관계의 왜곡이 심했을 뿐 아니라 희생자 보상금이 실제 유족에게 지급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4·3사건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민법상 혼인, 입양신고 등에 관한 특례가 담겼다.

이번 법 개정에 따라 4·3사건의 피해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희생자와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었던 사람은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친부가 친모와 혼인·출생신고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 그 자녀는 친척의 자(子)로 등재할 수밖에 없었으나, 혼인신고가 가능해지면 친부와 친모가 법률혼 관계가 되면서 그 자녀로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개정안은 희생자의 양자로서 입양 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도 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입양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희생자·유족의 편의를 위해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도 함께 제기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했다.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는 가족관계등록부상 부 또는 모의 친생자로 등재돼 있는 경우 이해관계인이 친생자 관계의 존재 또는 부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다. 

아울러 행안부는 법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그 절차와 세부 내용 등을 담은 시행령을 오는 7월 법 시행 전까지 개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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