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선 이인제·4선 박지원·5선 정동영 출사표
6선 김무성, 부산지역 출마결심 굳히는 중
초선들 불출마 선언 이어진 상황과 대조돼
OB, 정치 신인 육성 시스템 구축에 힘써야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비교적 고령에 다선 의원을 역임한 ‘올드보이’들이 연이어 총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최근 여야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올드보이 도전자들을 바라보는 정가의 시선은 복잡하다. 이들의 경험과 연륜이 정치권에 도움이 될 거란 시각도 있지만, 유권자들에게 ‘구태 정치로의 역행’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드보이 출마 러시의 명과 암이 극명히 갈리는 가운데 이들이 개인의 영달보다 정치 현실 개선에 힘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 신인들을 육성하는 시스템 구축에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 

(왼쪽부터) 이인제 전 의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이인제 전 의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뉴시스>

◆ 이인제·박지원·정동영 등 총선 출사표

11일 기준으로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가 예상되는 ‘올드보이’들은 최소 6명에 달한다. 

6선을 역임한 이인제 전 의원(75)은 충남 논산·계룡·금산 선거구 출마를 선언했으며, 4선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81)은 전라남도 해남·진도·완도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5선에 도전하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70)은 전북 전주병 지역구 총선 출마를 이달 초에 선언했다. 4선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68) 역시 경북 경산 지역의 여러 행사에 참석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에 나섰다. 

경기 안양에서 내리 5선을 지낸 심재철(66) 전 의원은 안양 동안을에서 6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6선을 지낸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72)은 부산 지역 출마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대표는 전날(10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우리 정치가 너무나 크게 타락하고 있고, 범법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 국회를 연이어서 한다”며 “이런 모습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해야겠다는 강한 사명감 때문에 불출마의 마음을 번복하고 지금 결심을 굳히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올드보이들의 귀환에 탐탁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권자에게 ‘정치 혁신에 역행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왼쪽부터) 홍성국,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각각 제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홍성국,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각각 제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OB 약진, 초선은 불출마 ‘아이러니’

물론 올드보이의 연륜과 지혜가 우리 정치권에 도움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에 비해 의석수를 확실히 보장할 거란 계산도 있다. 

실제로 총선 때마다 각 당은 인재 영입 전쟁을 펼치며 ‘새 얼굴’을 선보이려 했지만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역풍을 맞기도 했다.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 2호 인재로 영입됐던 원종건씨가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꼰대 정치를 바꿔보고 싶다”며 정치권에 입성했지만, 데이트 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영입 한 달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영입 인재들이 안정적으로 원내에 안착했다 하더라도, 4년 만에 정치권을 떠나는 사례 역시 빈번하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이탄희, 홍성국, 오영환, 강민정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네 의원 모두 인재영입으로 민주당에 입당했던 초선 의원들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검사 출신인 김웅 의원이 이달 8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020년 유승민 전 의원의 권유에 의해 새로운보수당 영입인재 1호로 정가에 발을 들였다. 이후 같은 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서울 송파갑에 단수 공천을 받아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의 불출마 선언에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데 대한 좌절감이 담겨있다.

오 의원은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홍 의원은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훼받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집권 여당 초선 의원들 중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은 “저는 지금의 국민의힘이 민주적 정당인지를 묻는다. 제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라며 “우리 당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의 품이 아니”라고 일갈했다. 

김영삼민주센터는 지난해 9월5일 부산 연제구의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문민정부 출범 30주년을 맞아 ‘김영삼 대통령과 부산·울산·경남’이라는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삼민주센터는 지난해 9월5일 부산 연제구의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문민정부 출범 30주년을 맞아 ‘김영삼 대통령과 부산·울산·경남’이라는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OB 지혜, 신인 육성 시스템 구축에 써야 

일각에서는 현재의 구태의연한 정치 구조를 만든 책임이 올드보이들에게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커져 중도-무당층이 유권자의 30%에 달하는 작금의 현실에는 다선 정치인들의 책임도 크다는 것.

무엇보다 정치 신인들의 자생이 힘들어지고 ‘선거에 나왔던 사람만 계속 나오는’ 상황이 고착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다양한 계층의 국민을 대변하는 참신한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영입되고, 이들이 활발히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국 정치의 발전이 가능하다. 

올드보이들이 주는 중량감도 좋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선 새로운 인물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권 올드보이들이 해야 할 일은 이 같은 정치 신인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선거 때만 ‘반짝’ 주목받는 인재 영입 대신 정당이 스스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무엇보다 정치 신인들이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극단적 대결로 점철된 현재의 정치 환경 개선에 앞장서야 하는 것 또한 바로 이들의 역할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노장의 경험과 지혜를 담은 노련함이 한국 정치 미래에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 다만, 이 ‘노련함’이 대화와 중재라는 정치의 본질을 살리는 데가 아닌 본인들 안위를 위해 쓰이게 될 경우 ‘올드보이’가 ‘상꼰대’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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