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후 全국민 휴대폰 비싸게 사게 돼
政, 추가 지원금 상한 없애 경쟁 촉진 방침
알뜰폰 사업 육성 정책과 충돌한단 지적도
영세서점 활성화·할인율 유연화 방안 추진

최근 정부가 개최한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도서정가제 개선 등의 생활규제 개혁 방안이 논의됐다. 토론회 결과 정부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또 단통법을 폐지해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기로 했으며 영세 서점의 할인율을 유연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일각에서는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 국회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가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정부 발표안과 관련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 <공공뉴스>는 민생토론회 이후 달라지는 것들과 이에 따른 논란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註>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공뉴스=정혜경·김소영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시행된 단통법은 휴대폰 구입 시 차별적인 단말기 지원금을 없애 이른바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됐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전 국민이 ‘공평하게’ 휴대폰을 비싸게 사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단통법을 폐지해 휴대전화 단말기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침에 대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정보 격차로 인해 ‘호갱’이 재양산될 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실효성 논란 불거진 단통법

24일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정부의 단통법 폐지 방침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됐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원금 공시와 추가 지원금 상한을 없애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의 휴대폰 구매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올해로 시행 만 10년을 맞는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일부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되던 보조금 혜택을 모두가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정보력이 뛰어난 일부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었던 반면, 정보에 어두운 고령층은 비싸게 휴대폰을 구입하는 ‘호갱’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 경쟁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여 가계통신비가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단통법 시행 이후 전 국민이 휴대폰을 비싸게 사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3년 연속 4조원대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 처럼 단통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정부가 관련 규제 정비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공공뉴스DB>

◆ 국회 입법사항..폐지 시점 미지수

정부는 이동통신사업자간의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을 통해 국민이 저렴한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요금할인을 받고 있는 소비자들의 혜택은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및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을 위해 국회와 논의를 거친 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추진할 예정이다.

휴대전화 대리점·판매점을 회원으로 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전날(23일) 입장문을 내고 단통법 폐지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계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단통법 폐지가 알뜰폰(MVNO) 사업자 육성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통법이 폐지돼 이동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진다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정보력이 뛰어난 젊은층만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장·노년 세대는 ‘바가지’를 쓰는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단통법 폐지 역시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폐지 시점도 미지수다. 현 21대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4월 총선 이후 22대 국회로 논의가 넘어가게 된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웹콘텐츠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하기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는 현행 도서정가제 규제 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도서정가제란 판매 목적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해 소비자에게 정가대로 판매하는 제도로 2003년 도입됐다.

판매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한 대형 서점의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을 막아 중·소규모 서점과 출판사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 전자출판물에 해당하는 웹툰·웹소설도 현재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웹툰·웹소설은 새로운 형식으로 발행된 신생 콘텐츠인 까닭에 산업구조 등에서 일반도서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로 인해 도서정가제의 획일적 적용보다는 웹툰·웹소설을 위한 별도 적용방안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에 정부는 웹콘텐츠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정책담당자는 “웹툰, 웹소설과 같은 신산업에 걸맞게 규제를 혁신해 웹콘텐츠 소비자들의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출판계 등의 우려를 감안해 창작자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는 도서정가제의 큰 틀은 유지하되 영세서점의 활성화와 소비자들의 혜택을 늘리기 위한 할인율 유연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웹툰·웹소설 업계는 더 다양한 할인 마케팅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법 개정을 통해 할인폭 제한이 사라지게 되면 지금보다 다양한 서비스 방식과 가격 정책 시도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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