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열악함 속 독립→‘함께서기’ 동행의 실천

공공뉴스=김수연 기자 # 저는 아동보육시설에서 10년 가량 생활을 해온 이른바 ‘보호대상아동’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보호가 종료되며 보육원을 나와 혼자 살게 됐고요. 독립을 할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막막함이었습니다. 물론 국가, 지자체로부터 다양한 지원이 제공됐지만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살 월셋집을 계약할 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엔 인터넷에 상세한 정보가 다 있지만, 누군가가 곁에서 조언을 해주고 함께 집을 보러 다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잖아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 주는 어른, 삶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어른이 곁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인 듯 합니다. (남·25·대구시 중구 동인동)

<사진=픽사베이>

최근 집권 여당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총선 공약을 발표하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이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의 양육에 어려움이 있어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보호되다가 만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이 같은 자립준비청년 중 40%가 넘는 비율이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립준비청년, 매년 2천명 사회로 나와

19일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양육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아동복지시설(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 또는 위탁 가정에서 보호되다 만18세 이후 보호 종료되는 이들을 뜻한다. 

보호대상아동은 만18세 직후 보호가 종료되면 ‘자립준비청년’으로서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본인이 희망할 경우 만24세까지 보호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기존에는 이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지칭했으나 자립 주체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2021년부터 ‘자립준비청년’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2000명이 자립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2022년 광주광역시에서 보육시설을 퇴소한 청년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해 8월21일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 A군(18)은 광주의 한 대학교 건물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보육원을 나올 때 받은 지원금 약 700만원의 대부분을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뒤인 24일에는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B양(19)이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도 발생했다. B양은 보육원을 나온 뒤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1년여 가량 함께 생활했으며, 유서에는 ‘삶이 고단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례와 같이 자립준비청년의 다수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립수당을 받고 있는 자립준비청년 9958명 중 4086명(41%)이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누적 기준 자립준비청년 2만3342명 중 1만33명(43%)이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최 의원은 “전체 자립준비청년 중 40%가 넘는 비율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일반 국민과 비교해 경제적 열악함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립수당, 자립정착금 등 매년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지만 이르면 18세부터 독립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는 턱없이 모자라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경제적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월2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청약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상담 창구에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1월2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청약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상담 창구에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자립준비청년 지원 톺아보기

정부는 자립지원청년에게 주는 자립 수당을 지난해 월 35만원에서 월 40만원으로 인상했으며, 올해 1월에는 10만원을 인상해 매달 5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 자립정착금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모두 정부의 권고 기준인 1000만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는 보호아동이 0세부터 17세까지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1대 2 비율로 정부지원금(월 10만원 한도)을 매칭해 주는 디딤씨앗통장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도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자립준비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유 중인 청년 매입임대주택을 자립준비청년에게 우선 공급하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LH가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제공한 매입임대주택은 총 566호이다.

LH는 지난달 29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400호에 대한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급되는 주택은 입주민 수요를 반영해 냉장고, 세탁기 등을 갖춘 청년 매입임대주택이며 최장 10년까지 거주 가능하다. 

5대 은행 중 한 곳인 우리은행은 최근 아이들과미래재단과 손잡고 생계, 가족 돌봄, 자립 준비 등 어려움을 겪는 10세부터 24세 청소년·청년 100명을 선정해 지원하는 ‘우리 꿈.꾸.당(堂)’ 1기 발대식을 가졌다.  

또한 비바리퍼블리카의 비대면 금융 상담 전문 계열사 토스씨엑스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손잡고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인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경기도가 운영해온 자립준비청년 지원기관의 경우, 그 명칭이 ‘경기도자립지원전담기관 희망너울’로 바뀌고 기능과 규모가 확대됐다. 명칭 교체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다. 

기관의 기능·규모도 확대 개편됐다. 기존 경기복지재단에서 운영했던 자립준비청년의 주거지원 공간인 희망디딤돌센터(화성·고양)와 개별 민간위탁사업이었던 멘토-멘티 함께서기 사업, 마음건강 상담지원 사업을 기관 사업으로 통합했다.

종사자도 지난해 37명에서 올해 62명으로 늘어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 사회정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2017년~2021년 사이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 1만2282명을 분석한 결과, 총 70명이 보호종료 후 ‘연락 두절’ 상태이면서 동시에 복지서비스 ‘미이용’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료제공=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2017년~2021년 사이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 1만2282명을 분석한 결과, 총 70명이 보호종료 후 ‘연락 두절’ 상태이면서 동시에 복지서비스 ‘미이용’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료제공=한국사회보장정보원>

# 자립준비청년에게 든든한 울타리를

자립준비청년의 홀로서기를 위한 도움의 손길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또 지자체와 민간의 노력이 적극적인 홍보 부족으로 청년들에게 닿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립준비청년들 중 사후관리담당자들과 연락이 끊기거나, 사회 보장 급여를 수급하지 않고 방치된 이들에 대한 실태 파악도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9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5년간 보호종료된 자립준비청년 총 1만2282명 중 70명이 보호종료 후 ‘연락 두절’ 상태이면서 동시에 복지서비스 ‘미이용’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도움이나 지원이 열악한 20대 초중반 청년 70명에게 필요한 자원을 고려할 때, 한국 사회가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인색하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에서 만18세는 어엿한 성인으로 간주되는 나이다. 운전면허 취득과 군 입대가 가능함은 물론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18세는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서투른 나이이기도 하다. 법적 성년이라 할지라도, 어른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아온 상황에서 당장 홀로 사회에 나서기에는 헤쳐 나아가야 할 장애물이 상당하다. 

이들보다 세월을 더 겪은 어른들도 그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현실 속 경제적·정서적 지원 없이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는 청년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기만 한 형국. 

부모라는 우산 아래에서 지내온 누군가에게는 독립이 설레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경제적 혹은 정서적으로 충분한 자원을 갖지 못한 자립준비청년에게는 홀로서기는 두려움 가득 악몽일지 모른다.

이제 막 아픔을 딛고 현실의 행복을 찾고자 떠나는 파랑새들의 꿈을 향한 힘찬 날갯짓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이 절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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