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학위수여식에서 R&D 예산 삭감 항의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밝혀져
“정치적 행동, 헌법에서 정한 시민의 권리”
‘과잉 경호’ vs ‘불가피한 조치’ 정가 공방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 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도중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쫓겨난 졸업생 신민기 씨가 당시 강제 퇴장당한 후 별실에 사실상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졸업생 입장에서 그 장소에서밖에 말할 수 없는 평소의 생각을 외쳤을 뿐이라고 항변하며, 아무리 졸업식이라고 해도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헌법이 정한 시민의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과잉경호’라는 비판이 나오자 ‘경호상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박이 제기되는 등 정가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석사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 등을 요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다 대통령 경호원에 의해 제지 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석사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 등을 요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다 대통령 경호원에 의해 제지 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카이스트 졸업생 “그렇게까지 했어야 되는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인 신씨는 1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신씨는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R&D 예산 복원하라”고 소리쳤다.

이에 대통령 경호원은 그의 입을 틀어막았고, 이후 경호원 여러 명이 그의 사지를 들고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녹색정의당은 사태 직후 해당 졸업생이 자당 대전시당 대변인이라고 밝혔다. 신씨는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을 마친 졸업생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신씨는 라디오에서 당시 자신의 항의와 관련해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을 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며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방문해 축사한다는 사실은) 행사장에 도착해서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체 제압 전) 구두 경고 같은 건 전혀 들은 게 없었다”며 “행사장에서 분리 조치를 할 만큼의 그런 위해를 가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했어야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 저를 행사장 근처에 있는 별실로 이동을 시켜서 거기에 대기를 시켰는데, 못 나가게 했기 때문에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었다”며 “그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대통령실>

◆ 국힘·민주당, ‘입틀막’ 사건에 상반된 목소리

신씨는 또 ‘졸업식에서의 정치적 행동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에 나섰다.

신씨는 “우선 피케팅은 녹색정의당이나 다른 단체와 전혀 계획한 바가 없다. 개인적인 행동이었다”며 “졸업생 입장에서 그 장소에서밖에 말할 수 없는, 꼭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평소의 생각을 외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졸업식이라고 해도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헌법이나 법에서 정한 시민의 권리”라며 “그렇기 때문에 장내 질서를 위한 것이라 해도, 그런 권리를 뛰어넘어서까지 제가 제지를 받아야 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또 카이스트는 예산 삭감의 피해자라서 카이스트에 항의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가에서는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 퇴장 사건과 관련해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야당들이 대통령 행사에서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소란을 벌여 경호처 대응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에 대해 유신정권이니 백골단이니 하는 비난을 퍼붓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행태가 떠오른다는 국민도 있다”고 직격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제가 대학 다닐 때 공포스러운 장면이 하나 있다. 소위 사과탄 가방을 멘 백골단이었다”며 “사과탄과 백골단이 다시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이 든다”고 일갈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R&D 예산 감축 기조를 이어가던 윤 대통령이 마치 선심 쓰듯이 카이스트에 찾아와서 졸업식에서 항의하는 학생을 끌고 가고 불법 구금한 것이 과연 자랑스러운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오히려 정당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반대의 목소리를 물리력으로 틀어막는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맹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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