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주대사 임명된 이후 출국금지 사실 알려져
10일 비행기 탑승..민주당, 인천공항 찾아 규탄
홍익표, 李 출국 관여 외교·법무장관 고발 예고
개혁신당 이준석 “런종섭, 모든 범죄자 롤모델”

공공뉴스=강현우 기자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것과 관련해 정가가 들끓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전 장관의 출국을 겨냥해 사실상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총동원해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초유의 사태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국에 관여한 외교부·법무부 장관을 직권 남용과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전 장관을 겨냥해 ‘런(run)종섭’이라고 비판하며 “모든 범죄자의 롤모델”이라고 비꼬았다.

야권에서 총선을 앞두고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고리로 정권심판론에 화력을 퍼붓는 분위기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호주로 출국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기다리다 이 전 장관이 입국심사를 마치고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호주로 출국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기다리다 이 전 장관이 입국심사를 마치고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호주行 

홍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장관의 출국과 관련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전날(10일) 오후 호주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그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규탄 피케팅을 진행했지만, 이 전 장관의 출국을 포착하진 못했다. 

이달 4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따른 공수처 수사로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장관은 임명 이튿날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풀어달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법무부는 8일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이종섭 전 장관이 호주로 도망치듯 출국했다”며 “사실상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총동원해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대통령의 행태는 우리 헌정사상 그리고 외교 역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명백한 수사 방해이자 직권남용이다. 대통령이 주도하고 진행한 채상병 수사 외압 핵심 공범의 해외 도피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홍 원내대표는 또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들이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됐다고 지적하며, 이 모든 상황이 ‘수사외압의 몸통은 윤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외교부는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고, 공수처는 형식적인 4시간 소환 조사로 해외 도피를 방조했다”며 “법무부는 부실한 인사 검증에 출국 금지를 해제해서 사실상 이종섭을 해외 도피시켰다”고 직격했다.

이어 “이는 대통령실과 관련된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을 해외로 도피시켜 대통령실로 수사가 연결되지 않도록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 스스로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는 어디로 간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핵심 공범들을 보면 더 참담하다”며 “당시 국방부 차관이었던 신범철은 천안갑에,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던 임종득은 경북지역에 공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들이 대사로,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등으로 꽃길을 펼쳐준 것”이라며 “결국 이 모든 것이 수사외압의 몸통은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진=뉴시스>

◆ 野홍영표, 외교부·법무부 장관 고발 예고

아울러 홍 원내대표는 내달 4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채상병 특검법을 총선 이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과 출국에 관여한 외교부·법무부 장관 및 관계자 전원을 직권 남용과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 조치를 하겠다”며 “또한 유관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관련된 내용을 따지고 법적 검토 이후에 외교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채상병 특검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다음달 4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며 “총선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핵심 피의자를 빼돌린다고 의혹을 사라지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채상병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관련자들이 모두 법의 심판을 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개혁신당의 이 대표 역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장관 출국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피의자 이종섭’이 결국 도피에 성공했다. 가히 ‘런종섭’이라고 불릴만 하다”며 “오늘부터 ‘런종섭’씨는 모든 범죄자들의 롤모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범죄 수사망이 좁혀올 때 외국으로 피신하는 건 모든 범죄자들이 꿈꾸는 환상의 도주 시나리오”라며 “하물며 그 일을 지하 범죄 조직도 아닌 국가가 나서 고위 관직 주면서 앞장서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고 맹폭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장관의 출국과 관련해 ‘공직자로서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이종섭 주호주대사 내정자의 출국은 공직자로서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라며 “전통의 우방국인 호주는 최근 우리나라와 막대한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이 잇따르는 등 성과를 바탕으로 국방·방산 분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갈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기에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전문가의 대사 임명은 한·호주 협력을 다양한 분야로 심화·확대할 수 있고, 향후 국익을 위한 막중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국익’을 위한 외교에 또다시 정파의 정략적 이익을 앞세운 ‘정쟁’은 결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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