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임명 발표 24일 만이자 입국 후 8일 만
李,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연루
집권여당 총선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 나와
야권, 윤석열 대통령·李 사과 촉구 한 목소리

공공뉴스=정혜경 기자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달 4일 대사 임명이 발표된 지 24일만, 논란이 불거지자 입국한 지 8일 만이다. 

이 대사를 둘러싼 논란이 집권 여당에게 ‘총선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용산발(發) 리스크’로 꼽혔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자진 사퇴한데 이어 이 대사까지 대사직을 내려놓은 상황. 

이같은 상황에 최근 ‘수도권 위기론’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전날(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공관장 합동 회의 참석을 위해 승강기에 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전날(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공관장 합동 회의 참석을 위해 승강기에 타고 있다. <사진=뉴시스>

◆ 李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 대응”

이 대사는 29일 오전 외교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지 8일 만이다. 

이 대사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 출입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외교부는 같은 날 오전 “이종섭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앞서 외교부는 이달 4일 국방부 장관 출신인 이 대사를 주요국 주재 공관장으로 발탁했다. 

당시 해병대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그가 주요국 대사로 발탁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 대사가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법무부는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대사는 결국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하지만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도피성 출국’ 논란이 불거진 이 대사의 귀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자 이 대사는 이달 21일 귀국했다.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 명목으로 출국 후 약 11일만에 이뤄진 이례적 귀국이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호주로 출국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기다리다 이 전 장관이 입국심사를 마치고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호주로 출국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기다리다 이 전 장관이 입국심사를 마치고 탑승 구역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

◆ 野, 윤석열 대통령·이 대사 사과 촉구

그간 이 대사 측은 채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고, 군에 수사권이 없어 법리적으로도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 대사의 거취가 22대 총선 국면에서 여권의 리스크로 지목되자 이 대사가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가 일각에서 이 대사의 사퇴가 이뤄질 경우 국민의힘이 반등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 만큼 향후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모인다.

한편, 야권에서는 이 대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고 “이 대사가 물러난 것만으론 미봉에 지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도주대사 파문과 외교 결례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서울 서대문갑 이경선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한국 외교의 얼굴에 먹칠을 하면서 이렇게 사퇴를 해도 되는 건가”라며 “이 대사는 정말 각성하고 지금이라도 똑바로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일갈했다.

이동영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이 대사가 서울에 남아 절차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며 “강력 대응이 아니라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혐의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 국민에게 사과 먼저 해야하는 것 아니냐.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맹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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